이 시대 젊은이들이 경제동물이 돼가고 있다. 기성세대가 그들을 이렇게 만들었다. 경제위기는 그들을 이성과 에토스(ethos 민족적 ·사회적인 관습)를 잃어버린 채 돈벌이를 위한 지식 몇 개를 머리에 넣고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육체로 만들어버렸다.

문사철(文史哲)이 죽어버린 대학은 실무 위주의 직업훈련소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인문학은 시대적 통찰과 반성을 통해 개인과 사회에 대한 예의와 성숙한 사고를 갖게 하는데 이러한 중요한 교육의 기능을 잃어버린 것이다. 일자리, 그것도 양지바른 곳의 일자리를 위해 기능적 능력을 배양해 온 젊은이들이 막상 대학의 문을 나섰을 때 ‘이 혹독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남들처럼 좋은 자동차와 집을 가질 수 있을까’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에 직면하게 되고 대부분 좌절을 맛보게 된다.

그들은 이렇게 좌절하게 되는 원인을 기성세대에 돌린다. 그들은 기성세대보다 훨씬 막강한 스펙을 쌓았지만, 우리가 지향하고 있는 자유민주사회의 시민의식을 결핍하고 있다. 그들은 민주사회 시민으로서 다양한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지만, 그 자유에는 엄정한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은 교양 있는 개인의 양성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실패했고, 세대 간의 깰 수 없는 벽을 만들어 놓아 앞으로도 긴 세월 동안 극복할 수 없을 것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젊은이들이 분출하고 있는 욕구는 단순히 정부의 정책실패에서 기인한 문제가 아니다. 대학교육의 실패 때문이다.

대학은 기능인의 양성도 좋지만, 인격과 민주주의 가치관을 기를 수 있는 전당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문학과 역사, 철학의 통섭은 아니라 하더라도 기초적 이해를 하게 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것은 우리 사회에 필요한 안목과 지혜를 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개인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건전한 민주사회를 만들기 위해 더욱 필요한 것이다.

다음 달 11일부터 2018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원서접수가 시작된다. 전국 197개 4년제 대학은 수시로 전체 모집인원의 74%를 선발한다. 원서를 내기 전에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이동욱 편집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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