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 되는,
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

나무와 나무 사이
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
울울창창(鬱鬱蒼蒼) 숲을 이룬다는 것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 들어가보고서야 알았다




감상) 시 한 편을 만들어 가는 것이 행간의 여백이듯.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것이 적당한 거리이듯. 당신과 나의 대화를 이어주는 것은 침묵의 순간들 텅 비어 있는 것을 허공이라 할 때. 그것은 빈 것이라는 말이 아니라 빈 것을 채워주는 것이라는 말 당신이 걸어갈 때. 그 보폭 옆으로 빈틈없이 차 있는 허공.(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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