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수우물길에 사는 아낙은
소리에 이불을 덮어씌우고, 한다

그 집 창가에 꽃이 움찔거리면
어쩔 수 없이 행인은
아낙이 놓은 소리의 징검다리를
조심스럽게 건너야 한다

생각지도 않은 오후,
악다물고 움켜쥐다 그만 놓쳐버린
신음과 발소리가 딱 마주친다

아, 서로 붉어진다

소리의 정면이란 이렇게 민망한 것
먼저 지나가시라

꽃은 알몸으로 창가에 기대고
나는 발소리를 화분처럼 안고
조용히 우물길을 지나간다





감상) 활짝 핀 꽃을 쓰다듬다 소스라치게 놀란 적 있다. 꽃잎이 파르르 내는 소리가 손끝으로 전해져 소스라치게 손을 거뒀다. 그 후로 꽃이 내는 소리를 듣는다. 그들이 수근 대는 소리 웃는 소리 그리고 그 외의 어떤 소리들 무슨 소리일까 생각하다. 가끔 민망해 진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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