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느 산 깊은 금점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 어린 딸아이를 따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설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감상) 창문을 열자 가을바람이 순식간에 방안을 가득 메웠다. 그 바람에 묻어 온 소식들을 읽는다. 오래 전 고향으로 간다던 그와 첫사랑과 결혼한 그녀와 내 첫사랑이었던 그와 이제는 볼 수 없는 보고 싶은 오빠와…… 손을 내밀어 바람을 느낀다. 가을바람이 따스하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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