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모두 내년 지방선거에만 몰입하는 분위기
비전·리더십 갖춘 참신한 인물 선택 열망에 찬물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주민들은 지역의 발전과 장기비전에 대한 선도적인 정치리더십을 갈구하고 있으나 후보 예상자들은 선거공학적 계산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민심을 파악해 정치과정에 투입해야 할 현직 국회의원 마저 이 같은 후진적인 정치운영에 매몰돼 있어 좋은 정치에 기대하는 지역 주민들의 희망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는 지역에 20석이라는 대부분의 의석을 독과점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물론 2석에 불과하지만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대동소이하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최근 김광림 정책위의장(안동)은 12년 김관용 도정시대를 교체할 경상북도지사 출마와 관련해 “최경환 의원이 출마하면 나는 나서지 않겠다”며 당 지도부에서 출당 조치하려는 최 의원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해 당 내외에 설왕설래 거리를 만들었다.

당시 김 의원은 “최경환 의원이 출마한다는 설이 있는데, 최 의원이 출마하면 포기할 뜻이 있다. 행정고시 선후배끼리 자리다툼을 하는 모양새가 후배 공직자들에게 좋지 않은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답을 내놓았다고 한다.

자유한국당 박명재(포항남울릉) 국회의원도 “행정자치부 장관과 경북도 행정부지사 등을 역임한 경험과 경력, 재선 국회의원의 정치력을 바탕으로 경북도를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적임자라고 생각한다”며 한 매체에 도지사 출마 의사를 밝히고 “이를 위해 같은 당의 강석호 의원과 단일화를 위한 뜻을 모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과 박 의원은 내년 지사 선거를 지역 청사진보다는 동료 의원과의 개인적인 친분 여부에 따라 출마를 결정하는 것처럼 비춰 지도록 한다면 지역 주민과는 동떨어진 여의도 정당판 놀음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철우(김천)국회의원 역시 가장 먼저 도지사 출마 의사를 공공연히 밝혀왔으면서도 사드 등 중앙정치 의제에 주력해 도민들과의 거리감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내년 대구시장 선거도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권영진 시장과 이재만 최고의원도 오직 내년 지방선거에만 관심이 쏠려있는 실정이라는 지적에 몰리고 있다.

또 경북 국회의원 13명이 지난 11일 경북도청 화백당에서 경북도지사, 도내 23개 시’군 단체장과 ‘자유한국당-경상북도 당정협의회’를 열기로 했으나, 개최 당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 참여 등 국회 일정을 이유로 갑자기 취소했다. 취소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국회 일정은 예정돼 있는데도 이런 회의를 열기로 하고 시장·군수들을 불러모았다는데 있다. 도내 23개 시·군 단체장들은 당에서 아무런 계획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회의 소집 취소를 갈팡질팡한 것은 분초를 다투며 업무를 수행하는 시군 행정을 너무나 가볍게 보는 것이고 사실상 업무 방해라는 분노를 샀다. 지난 8일부터 한국당이 ‘장외투쟁’으로 뛰어들어 긴박한 상황이 예견된 것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대구·경북(TK) 특별위원회(위원장 홍의락 국회의원)가 20일 오전 국회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내년도 국비예산 확보와 지역 숙원과제 해결을 위해 제3차 회의를 가졌으나 지도부 인사말 위주로 20분 만에 서둘러 회의를 끝내고 의총에 참석했다. 한마디로 구체적인 회의 결과는 없이 그저 노력한다는 ‘회의를 위한 회의’를 한 것이다. 대구시와 경북도 공무원들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다. 1987년 이후 30년 동안 자유한국당을 지지를 해온 지역민들은 집권여당에 기대를 걸고 있으나 역시 후진적인 ‘쇼 정치’만 하는 것이 아닌가 실망하고 있다.

이날 민주당 TK 특위는 위원 20명 가운데 18명과 우원식 원내대표, 백재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김태년 정책위의장 등 당 지도부도 대거 참석해 겉으로는 열기를 보였지만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집권 여당으로서 과제 해결에 매진해야 지역 주민들의 주목을 받을 것이라는 지역민들의 목소리다.

경북대구지역은 20년 이상 장기 경기 침체를 겪으며 전국 최하위경제권에 맴돌고 있는 데다 내년 예산에서 경북지역 SOC 예산이 대폭 깎인 비상상황이다. 이대로 예산안이 통과된다면 내년 지역 경기 침체 강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경북도와 대구시는 시도지사 후보와 시장·군수 후보들의 내년도 출마가 다른 지역에 비해 깜깜이 상태다. 현직 국회의원 등 선출직 정치인들이 선거 주판을 튕기며 밀실 야합 행태를 보이며 이를 부채질하고 있다. 덩달아 시장 군수들도 유력 정당인 자유한국당 공천의 향배에만 관심을 기울일 뿐 정책이나 비전 다듬기는 아예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정치 풍토에 역량과 참심한 인물들이 내년 지방 선거참여를 외면하고 있다. 고장난 지역 정치 기능의 무기력에 민생이 내팽개쳐지고 있다.

김정모 기자
김정모 기자 kjm@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으로 대통령실, 국회, 정당, 경제계, 중앙부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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