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로 만든 관(棺)이 나온다지요. 반갑고 고마운 일입니다. 죽은 친구를 들고 산으로 올라가봐서 아는데요, 목관은 생각보다 무겁더군요. 값을 물어봐서 아는데요, 보기보다 비싸더군요. 종이로 만들면 가벼워서 좋을 것입니다. 가난한 상주들에게 좋을 것입니다. 걱정스러운 것은 지질(紙質)인데요. 제발, 종이컵이나 라면용기의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만들어 주세요. 태우면 곱게곱게 하늘로 오르고, 묻으면 고분고분 흙이 되게요. 물에 지면 꽃잎 같고, 바람에 날리면 눈송이 같게요. 적어도 이 ‘사람의 그릇’만은 일회용품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게요.




감상) 그는 처음엔 돌로 만든 관이었으면 좋겠다, 했다. 그리고 어느 날 단단한 나무로 만든 관이었으면 했다가 다시 말을 바꾸었다. 풀벌레들이 들 수 있는 바람도 잘 들 수 있는 부드러운 나무속에 누웠으면 좋겠다고 그는 그렇게 갔다. 종이로 만든 관에 대해서는 꿈에도 모르고 갔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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