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우드워드는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으로 이름을 떨친 워싱턴포스트지의 민완기자였다. 1989년 우드워드는 당시 국방 장관 물망에 오르던 존 타워 상원의원에 대한 섹스스캔들을 폭로했다. “타워가 군부대 안에서 술에 취해 두 여자를 애무했다”고 주장하는 어느 퇴직 공군상사의 얘기를 그대로 보도했다. 우드워드의 기사에 의하면 “그 상사는 타워가 한 여자의 젖가슴을 만지면서 다른 여자의 히프를 토닥거리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것이었다. 그 기사 내용을 뒷받침하는 증인은 그 공군상사 한 명뿐이었다. 우드워드의 기사는 타워 상원의원이 도덕적으로나 성격적으로나 내각의 일원이 되기에는 부적합하다고 독자들이 판단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기사가 보도된 바로 그 날 우드워드는 그의 유일한 증인인 공군상사가 반사회적이고 히스테리 요소가 강한 종합적인 성격장애자 라는 이유로 공군에서 쫓겨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우드워드에게 정보를 제공한 공군상사는 심각한 정신장애자였던 것이다. 이러한 증거가 불거지자 우드워드는 구차하게 변명했다. “나는 입수 되는대로 보도했을 뿐이다” 하지만 기자의 윤리지침에는 ‘입수 되는대로 보도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 반드시 사실일 거라고 확신할 만큼 충분한 근거가 있는 기사만 보도해야 한다는 것을 망각했던 것. 기사 보도는 탄알이 들어 있는 총을 다루고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조심해야 한다. 우드워드는 정신병자의 날조된 근거를 폭로, 자신의 명성에 먹칠을 했다.

유대인들은 혀를 화살에 비유, 칼은 뺏다가 도로 칼집에 집어넣을 수 있지만 화살은 한 번 쏘면 나중에 아무리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이다. “살인자는 한 부모의 목숨을 빼앗을망정 죽은 이의 인품만큼은 그의 자녀들에게 좋은 유산으로 남겨두지만, 중상모략을 일삼는 자는 상대방의 좋은 명성을 빼앗고 그의 자녀들을 욕보이는 불명예를 남긴다” 아내와 함께 악의에 찬 소문에 시달렸던 앤드류 잭슨 미 대통령의 경구다. “노무현 대통령이 부부싸움 끝에 목숨을 끊었다”는 정진석의원의 주장은 고인의 자녀를 욕보인 잘못 쏜 오발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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