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철수 요인 복합적, 자구노력 필요"에 "사드보복 피해 국민이 다 알아"

노영민 신임 주중 한국대사가 29일 중국 내 한국 기업의 피해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때문만은 아니라는 입장을 나타낸 데 대해 재계에서는 “상황 인식이 잘못된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노 대사는 이날 서울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한 오찬간담회에서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한 한국 기업의 어려움에 대해 “기업이나 교민들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복합적 요인이 있다. (중국에) 나오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들어가려는 기업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론 그 외부 환경을 기업들에 유리하게(만들고), 억울한 일 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온전히 우리(정부) 몫”이라면서도 “다만 스스로 자구적 노력(하는 것)은 역시 기업의 몫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예를 들어 이마트가 철수했는데 사드와 아무 관계가 없다. 사드 터지기 전에 이미 철수가 결정됐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롯데도, 한마디만 하면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회장이 왜 싸웠나”면서 “대중국 투자가 실패했다는 주장이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신동주 회장은 롯데의 대중국 투자가 실패했다는 이유를 걸어서 공격한 것 아닌가”라며 “그렇게 공격했을 때는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롯데는 “경영권 분쟁은 2015년에 있었던 일이고 중국의 사드 보복은 올해 있었던 일”이라며 “사드 보복으로 중국 내 롯데마트 112개 점포 중 87개가 문을 닫았다는 건 모든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도 노 대사의 상황 인식에 문제가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노 대사의 말은 기업의 피해가 사드 보복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으로 들린다”며 “중국의 노골적인 사드 보복으로 롯데마트와 아모레퍼시픽, 현대·기아차 등 대표적 우리 기업들이 막대한 피해를 본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노 대사의 상황 인식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른 재계 인사도 “우리 기업들이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큰 피해를 봤지만, 정부는 사실상 손 놓고 있었던 것 아니냐”며 “정부가 책임져야 할 부분도 있는데 모든 문제가 기업에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데 대해 말문이 막힌다”고 비판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매장 매각을 추진 중인 롯데마트의 피해액은 올해말까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롯데마트는 현재 태국 CP그룹을 비롯한 5∼10개의 해외 투자자들과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대상에는 중국 현지 기업과 동남아시아의 화교 자본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현대·기아차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44.7% 줄었고 아모레퍼시픽의 2분기 영업이익은 중국 관광객 감소와 중국 내 성장 둔화로 1년 전보다 57.9% 감소했다.

노 대사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자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단에 공유한 ‘정부 입장’에서 “오늘 노 대사의 언급은 중국 내 우리 기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보다 객관적이고 종합적으로 바라봐야 적절한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는 취지”라며 “노 대사 역시 한중 양국 간 당면한 현안으로 인한 중국 내 우리 기업에 대한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 및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정부로서는 양국간 교류·협력 위축에 따라 우리 국민과 기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들이 조속히 해소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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