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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유진 구미시장
가을이 도심을 물들이고 있다. 부드러운 햇살 아래 숲과 물이 어우러진 청정도시 구미의 풍경이 여유롭기 이를 데 없다. 과거 삭막한 회색빛이었던 공단 옆에는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휴식공간이 들어섰고, 낙동강 수변을 중심으로 조성된 수변 시민공원에는 레저스포츠를 즐기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그야말로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룬 환경친화적인 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우리 시가 추진해 온 환경정책은 필자뿐 아니라 구미시민의 자랑거리다. ‘구미는 푸른 숲의 도시입니다’고 자랑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가. 하지만 이제는 그 자랑이 과거형이 될까 걱정이다. 미세먼지와 환경오염 물질이 배출될 수밖에 없는 바이오매스 화력발전소를 구미 도심에 건립하려는 시도가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난 4월 산업부의 바이오매스 화력발전소 허가 관련 문의 때부터 강력하게 반대의견을 피력해왔다. 구미시의 환경정책 노력을 무시하고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과도 상반되는 결정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시민들의 걱정과 분노는 필자보다 더했다. 바이오매스 화력발전소 건립 반대 서명에 많은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했고,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는 현수막까지 내걸었다. 이렇게 결집된 우리의 목소리가 분명히 전달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과 믿음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공청회를 포함한 그 어떤 의견 수렴이나 현지 실사도 없이 43만 구미시민의 민심은 철저히 외면당했다.

그리하여 지난 8월 25일 구미시의 환경단체, 시민단체, 그리고 각 지역의 주민대표들은 한자리에 모였다. 바이오매스 화력발전소 건립 반대 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행동의 첫발을 내디뎠다. 구미의 환경을 걱정하고 시민의 생활을 걱정하는 단체와 주민들이 한뜻을 모았다.

우리의 뜻과 마찬가지로 새 정부도 탈원전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고리1호기 영구정지,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및 공론화위 운영 등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탈(脫)원전, 탈(脫) 석탄을 위한 미래 에너지 대안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 보급을 위한 ‘신재생 3020 이행계획’ 수립도 진행 중이다.

다만 필자를 포함해 모든 이들이 걱정하는 부분이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탈을 쓴 화력발전소. 바로 구미에 건립하는 바이오매스 발전소 말이다. 매스컴에서는 무늬만 친환경이라고 한다. 환경오염 물질 배출도 많다고 한다. 연료는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경제 효율성도 떨어진다고 한다. 연구기관에서는 바이오매스 화력발전소가 오염물질 배출에서 석탄보다 불리하며, 인구밀집 지역에는 바이오매스 연소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러한 바이오매스 화력발전소가 구미 도심 중앙에 들어선다 하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발전소 예정 주변 지역은 5천여 세대의 아파트와 9개 초·중·고등학교 그리고 대형병원이 자리 잡고 있다.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주민들이 생활하는 주거지역의 한가운데이다. 여기에서 하루 500t의 폐목재를 태운다고 하니 실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과연 그 오염물질은 누가 마시게 되는가?

구미시민은 기존의 열병합발전소로부터 큰 피해를 받아 왔다. 석탄발전소가 배출하는 오염물질에 시민의 생명권은 오랜 기간 침해당해 왔다. 여기에 바이오매스 화력발전소를 건립해 또 25년을 운영하겠다고 하니 기가 찬 노릇이다.

구미시는 기업 하기 좋은 도시이다. 항상 기업유치와 경제 활성화를 위해 구미는 기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 시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발전소 건립은 중단되어야 한다. 시민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며, 시민들이 살아야 기업들도 산다. 신재생의 탈을 쓴 바이오매스 화력발전소 사업, 즉각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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