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용한 경일대학교 교수
도시 내에서 새로운 도로를 건설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어려운 사업이다. 하지만 도로망 체계를 완성하고, 원활한 차량소통을 위해 적정 구간을 찾아 도로를 연결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 포항시에서는 송도와 두호동을 연결하는 국지도 20호선 건설을 두고 뜨거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교통공학 분야에서 연구와 실무를 오랫동안 경험한 사람으로서 어떤 정치적 배려나 편견이 없이 오로지 전문가 관점만 가지고 생각한 바를 제안한다.

그간 진행된 내용으로 볼 때, 이 도로는 보행자의 통행보다 차량통행을 주목적으로 해서 건설되는 도로이다. 그렇다면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도로망 체계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도로건설의 우선순위라든지, 양쪽의 접속지점을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송도에서 두호동 방면으로 통행하는 차량(반대방향도 동일)은 동빈큰다리 등을 이용함으로써 우회거리가 증가하고, 도심의 교통 정체를 가중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송도나 영일대해수욕장, 두호동 일대가 포항의 미래를 결정하는 핵심지역이라면, 희망대로에서 두호동 지역으로 바로 연결되는 도로가 우선적으로 건설되어야 함은 자명한 사실이다. 교통량을 적절히 분산시키고, 도시권 전체의 차량 총통행 거리를 단축하는 효과가 크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접속지점을 보자. 송도지역은 희망대로에 접속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반대쪽 접속지점에 대해서는 삼호로와 해안로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때 기술적인 판단 기준의 하나는 국지도 20호선을 이용하는 차량의 통행 종점을 파악하는 것이다. 대부분 차량이 영일대 해수욕장을 종점으로 한다면, 접근이 용이한 해안로에 접속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렇지 않다면 삼호로에 접속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이 도로는 도로망의 구성상 외부지역 관광객이 영일대 해수욕장을 이용할 확률보다, 포항시민들의 도시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남·북 간 왕복 통행로 역할을 할 가능성이 훨씬 크기 때문에 삼호로 접속이 맞다고 본다.

현재의 해안로는 궁극적으로 많은 차량을 소통시킬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양방향 4차로로 개설된 도로이며, 노상주차 차량의 진·출입으로 인해 소통능력은 더 떨어지고 있다. 삼호로의 제한속도 60km/h에 비해, 해안로의 제한속도가 50km/h로 지정된 것은 통과교통을 처리하는 역할보다 접근기능에 더 큰 비중을 두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게다가 해안로는 북측으로 줄곧 올라가면 다시 삼호로에 접속된다. 국지도 20호선을 해안로에 접속할 경우 이 지점에서 교통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계획되어있는 도시계획도로망을 보더라도 해안로는 계속 연결되는 것이 아니고, 삼호로에 접속되었다가 다시 분기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해안로의 역할은 접근기능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즉, 해안로는 간선도로라기보다 접근기능을 담당하는 세부도로의 성격이 강하다. 이 도로에 통과교통이 많은 국지도 20호선을 연결하는 것은 도로망 체계 구성상 비합리적이다.

포항시에서 영일대해수욕장 일대를 관광특구로 지정하고 역점사업으로 개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해안로는 오히려 차량 통행을 줄이고 보행자의 편의를 도모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야 한다. 차제에 신교통수단 중 하나인 트램(Tram)을 도심과 연계한 노선으로 개발하는 것도 장기적인 대안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

국지도 20호선은 조속히 실행되어야 할 사업이지만, 접속지점 때문에 난관에 부딪혔다. 앞서 강조한 전문가 관점에서 몇 가지 의견을 제시했지만, 이와는 별개로 당면한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국지도 20호선이 삼호로에 접속된다면 특정 지역 주민들의 경관 피해나 소음, 매연 등의 악화가 어느 정도 예상된다. 포항시의 발전이나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서는 필요한 사업이지만, 이들의 소리도 귀담아듣고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할 필요성도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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