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대기에 사이렌 소리도 없어···소방당국 "긴급차량 적용 못받아 신호 위반시 범칙금 부과" 변명

소방차 길터주기 훈련이 16일 전국에서 진행됐다. 2시부터 시작된 이번 훈련에서 대구 수성구 수성소방서 차량이 신호에 막혀 대기하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kyogbuk.com
16일 오후 2시 대구 수성구 범물동 수성소방서 앞. 소방차 2대와 구급차 1대가 만촌네거리를 향해 느긋하게 달렸다. 범어네거리까지 8㎞ 거리를 가는 데 15분 걸렸다. 오후 2시 15분께 범어동 범어네거리 앞에서는 신호까지 기다리는 여유를 보였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도 없었다.

소방청이 전국 213개 소방서가 선정한 상습 정체구간에서 실시한 ‘소방차 길 터주기 국민 참여 훈련’ 현장의 모습이다. 이 훈련에 참여하는 시민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실제상황을 가정해 시민들의 소방차 길 터주기 참여도를 높이는 것이 이번 훈련의 주목적인데도 실제상황과 같은 긴박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구 8개 소방서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화재 사고의 골든 타임은 5분. 화재 발생 후 5분이 지나면 화재의 확산속도와 피해 면적이 급격히 증가해 구조대원의 내부 진입이 어려워진다. 또 응급상황에서 호흡곤란을 겪는 환자 발생 시 5분이 지나면 뇌 손상이 시작되기 때문에 소방차와 구급차의 출동시간은 시민들의 안전과 직결된다.

소방차와 구급차가 전국 동시 실시 훈련에서 일반 승용차처럼 느긋하게 달린 이유는 이렇다.

훈련 기간에는 긴급차량 적용을 받지 않아 신호위반과 과속 단속에 적발되는 탓에 일반 차량처럼 달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경찰의 협조 없이 자체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대구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말이 실제상황을 가정한 국민 참여 훈련이지, 오늘은 보여주기식 자체였다”면서 “내년에 경찰 협조를 받으면 그때는 골든 타임을 확보하는 훈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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