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경기서 심판·타팀 비방 현수막 게시 관련 이유
벌금 모금 전개···연맹·심판위 비리수사 청원 준비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지난달 24일 열린 K리그 클래식 31라운드 전북-대구전 판정에 대한 팬들의 항의에 대해 제재금을 부과하자 대구팬들이 청와대 수사 청원이라는 강수를 들고 나섰다.

연맹은 지난 13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지난달 30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32라운드 경기 당시 관중석에 심판과 타 팀을 비방하는 다량의 현수막 게시 및 피켓 반입과 관련 제재금 1천만원을 부과시켰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대구FC 팬존에는 곧바로 ‘팬들이 한거니 팬들이 책임지는 게 낫겠죠?’라는 등의 글이 게시되면서 제재금 모금운동 분위기가 일기 시작했고, 14일에는 대구FC 서포터즈인 그라지예 이름으로 대구FC 제재금 모금운동에 들어갔다.

특히 ‘이주찬’이름의 팬은 ‘여러분 많이 동참해 주세요’라는 게시문을 통해 오는 11월 12일까지 ‘프로축구 연맹 및 심판연맹(위원회 오기)비리수사 청원’을 받는다고 밝혔다.

이 청원에는 16일 오후 6시 현재 323명이 클릭했다.

대구 팬들이 이 같은 강수를 들고 나온 데는 31라운드 전북-대구전 후반 13분 주니오와 후반 39분 에반드로가 잇따라 골을 성공시켰으나 비디오판독(VAR)을 통해 골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당시 박필준 주심은 후반 13분 주니오가 골을 넣기 전 전북 수비수를 밀치는 파울을 범했다는 이유로 골을 취소시켰으며, 후반 39분 에반드로의 골이 나기 전 대구 골키퍼 조현우가 볼을 세우지 않은 채 골킥을 했다는 이유로 취소시켰다.

대구는 이 2골중 1골만 성공시켰더라도 승리할 수 있었으며, 반면 전북현대는 34라운드 현재 2위 제주와 승점 3점차로 좁혀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중대한 상황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연맹은 같은 달 25일 열린 심판위원회에서‘VAR판정에는 문제가 없었으며, 다만 주심과 부심이 39분 조현우의 골킥 상황을 제대로 지켜보지 않아 무기한 심판배정 정지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판정의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39분 조현우의 골킥이 잘못됐다면 골 무효처리 후 조현우의 골킥부터 경기가 재개돼야 했지만 전북의 골킥으로 경기가 진행됐다.

현재 대한축구협회 축구규정(국제축구평의회 승인)에는 골킥을 잘못했을 경우에는 다시 골킥을 하도록 돼 있지만 이날 주심은 에반드로의 골을 무효처리하면서도 공격권은 전북에게 넘겨준 것이다.

이날 또 다른 오심은 전반 5분 전북 아크 앞쪽에서 전북 정혁이 백패스한 볼을 전북 골키퍼가 잡았지만 심판은 파울을 선언하지 않았다.

이 역시 현 축구규정상 같은 편이 백패스한 볼을 골키퍼가 잡을 경우 간접프리킥을 주도록 된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었고, 대구 공격수와의 경합상황도 아니어서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파울이었다.

결국 심판위원회는 39분 에반드로의 골 무효상황과 관련 명백한 해명자료도 없이 ‘판정에 문제가 없다’고만 밝히자 대구팬들의 분노가 치솟았다.

그리고 32라운드 인천전 당시 분노한 팬들의 마음이 담긴 플래카드와 피켓이 대구스타디움 관중석 곳곳에 나붙었다.

하지만 플래카드 내용에는 심판판정에 항의하는 내용만 담겼을 뿐이었음에도 상벌위가 무려 1천만원의 제재금을 부과하면서 대구팬들의 분노에 기름을 퍼붓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팬들이 추진중인 ‘프로축구연맹 및 심판위원회에 대한 비리수사 청원’이 현실화될 경우 지난해 심판매수사건에 이어 또다시 회오리바람이 불어칠 전망이다.

한편 연맹은 제재금 부과와 관련 ‘K리그 상벌규정의 유형별 징계기준 제5조는 연맹, 클럽, 선수, 팀 스태프, 관계자를 비방하거나 경기진행 및 안전에 지장을 주는 사안에 대하여 해당 클럽에 200만원 이상의 제재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제재금 부과배경을 설명했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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