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호미 반도 해안 둘레길

호미반도 둘레길 바다 목재데크
‘길’은 ‘설렘’이다.

길을 걷는 곳곳에 사연이 머무르고 추억이 된다.

풍경은 시(詩)가 되고, 삶은 소설(小說)이 된다

이름 모를 풀과 꽃, 파도가 대자연의 합창을 하고 탐방객들은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감동으로 화답한다.
호미반도 해안 둘레길 코스
‘포항 호미 반도 해안 둘레길’(청림동~호미곶 광장 25㎞)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내 바다의 파도가 발에 닿을 정도로 바다와 근접해 이어진다.

이 같은 길은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유일한 길이어서 지구촌 탐방객들의 힐링 명소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 길을 걷노라면 어느새 자신의 본질과 기원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고 길이 끝날 때 즈음이면 그 해답을 찾게 된다.

시작과 끝, 그 길은 인생의 긴 여정과 같다. 나에 대한 막연한 의문에서 시작해 확연한 해답을 구해 진정한 삶의 방향과 활력을 가져다준다.
이육사 청포도 시비
시작과 끝이 늘 바다와 함께하는 이 길은 환상 그 자체다.

길을 걷는 동안 탄성이 끝없이 이어지다가 어느새 자신의 존재를 찾아가는 고요 속으로 빠져든다.

이 길은 대동여지도를 완성하기 위해 수없이 걸어 다녔던 고산자(古山子) 김정호의 길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문학가 이육사와 황석영 등이 창작의 무대로 삼은 문학의 길이기도 하다.

이육사 시인은 이 길 시작지점인 청림동 언덕 포도밭에서 일제 시대 조국 광복을 꿈꾸며 그 유명한 ‘청포도’ 시를 창작했다.
호미반도 해안 둘레길 바다 목재데크
호미반도 해안 둘레길 바다 목재데크
또 정글전 훈련을 받고 월남전에 투입되는 사실을 소설화한 황석영의 ‘몰개월의 새’ 창작 무대이기도 하다

지금은 유명해수욕장이며 해병대 상륙훈련장이기도 한 몰개월 도구 해수욕장에서부터 호미 반도 둘레길은 시작된다.

근대화의 상징 포스코를 뒤로하고 영일만을 따라서 타원형으로 길게 이어진 모래밭을 걷다 보면 어느새 임곡에 다다른다.

여기서부터 절경이 펼쳐진다, 자신도 모르게 탄성이 절로 나온다. 대륙에서 뻗어온 산맥이 바다로 달려간 바위 군상들이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에 몸을 씻으며 탐방객을 맞이한다.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른 영일만 바다가 시선을 가득 채운다. 비릿한 해초 내음이 폐부 깊숙이 들어와 공해에 찌든 가슴속을 일순간 정화 시킨다.
호미반도 해안 둘레길 바다 목재데크
호미반도 둘레길 유유자적한 갈매기
둘레길은 밀려오는 파도가 발을 적실 정도로 바다 가까이 계속된다. 파도와 끝없는 대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갈매기들도 유유자적하다.

길은 입암과 마산리를 거쳐 흥환에 이른다. 포항 시내에서 점점 벗어나는 중이다.

신라 시대 설화의 고장 연오랑세오녀의 테마공원도 지나온다

도심에서 멀어질수록 바다는 깊어간다. 그만큼 바다 내음도 짙어간다. 굵은 자갈에 스며들었다가 다시 바다로 빠져나가는 파도 소리는 가슴을 울린다.

둘레길엔 바다만 있는 게 아니다. 그 바다를 배경으로 평생을 살아온 결코 녹록지 않는 어부들의 신산(辛酸)한 삶과 마주한다.
호미반도 둘레길 오징어 말리는 풍경
장기목장성비
생계를 책임져주는 작은 어선이 조그마한 항에 정박해 있고 주위엔 그물들이 가지런하게 늘려있다. 그들의 공동체인 어촌계의 작업장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영일만에서 삶을 이어가는 구릿빛 얼굴들이 정겹게 다가온다. 걷노라면 장기목장성 비와 이육사 청포도 시비를 만나기도 한다.

걷는 동안 내내 왼쪽엔 영일만 푸른 바다 파도가 철썩이고 오른쪽엔 절벽을 이룬 기암괴석과 울창한 원시림이 바다와 마주하고 있다.
호미반도 둘레길
호미반도 둘레길 자갈 해변
바다와 마주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듯, 오래된 나무들은 그리움의 형상들이다.

그래서 탐방객들을 감동으로 받아들인다.

곳곳에 마을의 수호신인 당산나무가 새끼줄로 허리를 두르고 당당하게 마을을 호위하고 있다.

무료한 일상에 지친 개들은 뜻밖의 탐방객들에게 낯가림하다가 이내 눈을 반짝인다. 이렇게 한참을 걷다 보면 발산에 이르러 수백 년 동안 파도에 스치고 구른 자갈들이 해변 가득 깔려 있는 장관을 마주하게 된다.

이곳을 걸으며 그냥 지나칠 것이 아니라 돌에 핀 돌꽃을 바라보는 재미를 놓칠 순 없다. 돌들도 각각의 사연이 있을 터여서 교감을 나눠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호미 반도 둘레길은 경쟁하듯이 종착점까지 빨리 걸어가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생이 그러하듯이 둘레길 곳곳에서 만나는 파도와 바위 그리고 나무들 에겐 살아온 간단치만은 않은 역사가 있기 마련이다.
호미반도 둘레길
잠시만이라도 인생의 본질과 참 의미를 깨닫는 시간을 가져보게 한다는 것이 둘레길의 묘미다.

처음 시작할 때 절경에 취해 환호와 탄성으로 걷다가 어느 순간 내면 깊숙이 성찰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누구일까’, ‘나는 왜 이 길을 걷는 걸까’,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의미 있는 삶일까’는 인생의 근원적인 질문과 마주한다. 이 길이 끝날 즈음이면 그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구룡소에서 내려다보는 바다는 가히 절경이다. 검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와 일순간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

길은 대동배1리에서 줄곧 친구였던 바다를 벗어나 산속으로 접어든다. 언덕을 올라 능선을 따라가다 보면 지금껏 바다와 함께했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마치 잠깐 사이에 깊은 산 속에 들어온 착각을 할 정도로 울창한 나무들이 즐비해 바다의 추억을 잊을 정도이다.

대동배2리로 오면 다시 바닷길이다.
호미반도 둘레길 목재데크
호미반도 둘레길 안내판
바닷가에 우뚝 서 있는 큰 바위를 돌아서 갈 수 있게 바다 위에 목재 데크를 마련해 해안 둘레길을 묘미를 만끽하게 해준다.

두 개의 바다 위 나무다리를 건너면 ‘내 밥 먹고 구만리 바람 쐬지 마라’고 할 정도로 바람이 세기로 유명한 구만리에 다다른다.

‘분월포’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곳이다.

여기서부터 호미곶 반도 끝 지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방송 송신탑이 보이고 ‘보리 누름 문학기행’으로 유명한 넓은 구만리 보리밭의 장관을 가슴에 담게 된다.
상생의 손
길은 굽이굽이 돌아 목적지인 호미곶 ‘상생의 손’의 마중을 받는다.

일출의 명소 호미곶 광장은 언제나 탐방객들에게 새로운 기운을 준다. 가슴 벅찬 감동으로 내일을 향해 두 팔을 펼치게 하는 곳이다. 호미 반도 해안 둘레길은 집으로 갈 땐 누구나 마음의 보석 하나쯤은 갖고 가게 하는 그러한 길이다.
호미반도 둘레길
호미반도 둘레길 돌에핀 꽃 문양
호미반도 둘레길 돌담길
호미반도 둘레길
호미반도 둘레길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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