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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호순병원 원장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데에 약물을 사용한다. 이는 매우 간단한 사실인 것 같은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마음의 병은 그 원인이 심리적일 경우가 많은데 심리적인 방법으로 마음의 병을 치료하지 않고 약이라는 물질을 이용해서 치료하고자 하는 것이니 신기한 일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고 그로 인해 슬픈 우울을 느껴 우울장애가 왔다면 그 사람을 치료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사랑하는 사람이 다시 돌아오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대체할 다른 사랑을 찾거나 아니면 이별의 아픔을 겪으며 매우 쓸쓸한 긴 시간 동안 슬픔을 이겨내야 할 텐데, 그런 우울증에도 항우울제라는 물질을 사용한다. 그렇다면 이런 우울 현상도 물질로 인해서 나타나는 현상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의문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다. 뇌과학은 바로 이런 마음의 문제를 물질의 변화로 설명을 하고자 한다. 즉, ‘인간 마음의 많은 현상은 바로 물질의 변화로 인해 나타나는 것이다’라는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입증하고자 노력을 해 왔다. 그래서 우울한 기분이 들게 하는 물질의 변화에 대해서 설명하고 불안이 생길 때는 또 그런 불안을 나타내게 하는 물질의 변화를 설명했다. 그뿐만 아니라 엉뚱하고 기이한 생각을 하는 망상 같은 정신병 현상도 뇌에서의 어떤 물질의 변화로 설명하고 기억이 떨어지는 현상이나 주의력 결핍과 과잉행동, 공황증상 혹은 강박 증상까지 이런 물질들의 변화로 설명을 하고자 노력한다.

이 물질들을 우리는 ‘신경전달 물질’이라고 부른다. 뇌를 이루는 신경 세포는 수많은 팔을 가지고 있으며 이 팔들을 뻗쳐 다른 신경 세포와 악수하고 정보를 나누고 소통을 한다. 이때 서로 맞잡은 손에서 신경전달 물질들을 주고받는다. 이런 신경전달물질들의 활성에 의해서 우울한 마음이 생기거나 불안하거나 엉뚱한 망상을 하거나 기억을 까먹거나 기분이 상승하거나 활동이 과잉 하거나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자 한다. 그래서 이 신경전달 물질들을 조절하는 물질들을 개발해 낸다면 그것이 바로 이런 마음의 병들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이 될 것이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물질들이 바로 ‘정신 약물’들이다. 지금은 마음의 병들을 치료하고자 할 때 이런 정신 약물들을 많이 이용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신경전달 물질들은 도파민,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글루타메이트, 가바 등의 이름으로 불리고 이런 신경전달 물질들을 조절하는 정신 약물들로는 항우울제, 항불안제, 각성제, 신경안정제, 항정신병약물, 항조증약물, 인지기능개선제 등의 이름으로 불리며 많은 마음 병들의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이 정신 약물들은 신경전달 물질들을 조절하는 방법들이 다 다르다. 어떤 정신 약물은 신경전달 물질이 건너가서 작용해야 할 자리에 자기가 가서 떡하니 앉아버린다. 즉, 신경전달 물질이 작용해야 할 수용체를 막아버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수용체는 활성도가 떨어진다. 이런 방법으로 신경전달 물질의 활성도를 조절할 수 있다. 어떤 정신 약물은 신경전달 물질이 나온 부분으로 되돌아가는 재흡수를 막아버리는 일을 한다. 재흡수를 막는다는 것은 그 신경전달 물질이 재흡수 되지 않고 원하는 신경세포로 많이 건너가서 활성도를 높이려고 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어떤 정신 약물은 신경전달 물질을 분해하는 효소를 조절하는 역할을 해서 간접적으로 신경전달 물질의 활성도를 조절한다.

정신 약물이란 뇌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얻어진 중요한 결과물이다. 근데 일부 사람들은 이런 정신 약물들에 대해 많은 편견과 오해를 가지고 있어 그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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