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우산을 쓰고 걸었다
맑은 낮이었다

우산살 끝에
더위가 던지고 간 날짜가 매달려 대롱거렸다

축객령이 머무는 땅인가
소리가 사라지고 없었다

길 가운데 덩그러니 우체통이 있는
이상하나 낯익은 곳,
부치지 않은 여행지의 그림엽서와
마음에 붙이는 파스라는 말이 스쳐갔다

너를 버리러 너라는 장소로 가는 길이었다

소나기가 있었고
물을 찾아 동굴 속으로 뿌리를 내미는 나무처럼
나는 목이 말랐다

(후략)





감상)목이 말라 잠에서 깨고 나면 꿈속이다. 나는 생수병을 통째로 들고 물을 벌컥벌컥 마신다. 다시 잠들어야지 하는 생각까지 꿈속이다. 꿈은 언제나 미궁이다. 해결하려고 들어가면 더 커다란 구멍이 거기 있다. 끊임없이 꿈이구나꿈이구나 각성만 하다. 꿈에서 깨곤한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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