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과 유사하지만 지난 시절 치러진 대학입학 학력고사는 국가 중대사였다. 지금도 수험생들이 초중고 12년간의 결실을 맺는 중요한 시험이지만 그 땐 국가적으로 더 중요하게 여겨졌다. 중대사인 만큼 수험일 기상도 호락호락하지 않아서 시험 당일이나 이전, 이후의 며칠간 한파가 몰려오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입시한파’라는 말이 나왔다.

올해는 입시한파 못지않은 갑작스레 뒤흔든 ‘지진공포’다. 포항에서 지난해 경주의 5.8 지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여러 차례의 여진이 몸과 마음을 흔들어 놓아서 수험생들의 불안이 크다.

급기야 교육부가 16일 치를 예정이던 수능을 안전상의 문제로 사상 처음으로 일주일 뒤인 23일로 연기해 시행키로 했다. 지진 상황을 점검해 보았더니 포항지역 14개 고사장 가운데 일부 고사장 벽에 금이 가는 등 시험을 치르기 어려울 정도로 파손된 곳이 있고, 여진도 계속되고 있어 학생들의 신체적·심리적인 안정을 위해 연기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앞서 수능일 지진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한 단계별 대처법도 내 놓았다. 가 단계부터 다 단계까지 3단계 대처법이다. 가 단계는 가벼운 지진일 경우로 시험을 계속 보는 것이 원칙이다. 나 단계는 진동이 느껴지지만 안전에 크게 위협받지 않는 상태로 일단 책상 밑으로 대피한 후 상황이 나아지면 시험을 재개한다. 다 단계는 진동이 크고 피해가 우려될 상황으로 수험생들을 운동장으로 대피시키게 돼 있다. 교육부의 대처법을 보면 수험생 안전보다 시험의 정상 진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하다.

올해 수능에는 전국에서 59만3527명이 응시, 지난해(60만5987명)보다 인원이 2.1%(1만2460명) 줄었다. 대구는 3만888명, 경북은 2만4천638명이 응시한다.

강진 발생으로 수험생들의 불안감이 커졌지만 너무 의식하게 되면 애써 준비한 시험을 그르칠 수 있다. 대구·경북 수험생, 특히 포항지역 수험생들은 차분히 1주일간 더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잡아 인생의 대사이자 국가 대사인 수능을 잘 치러 내야겠다.

이동욱 편집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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