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앞둔 청송 H고교 여학생의 안타까운 사연

C양의 포항시 북구 환호동 빌라 사진 경찰관이 앞에서서 출입 통제를 하고있다.
이번 포항지진은 포항에 가족을 둔 채 타지에 생활하던 이들에게 큰 고통을 안겼다.

포항의 가족 곁을 떠나 홀로 청송에서 수능 준비에 매진하던 한 학생은 지진으로 가족이 대피소를 전전한다는 소식에 잠을 못 이뤘다.

지난 15일 청송 H고등학교 3학년 C양의 휴대폰은 쉴새 없이 울려댔다.

포항 친구들이 지진 피해 모습이라며 사진을 찍어 보냈고 C양은 그 사진 중 낯익은 빌라를 발견했다.

외벽이 허물어진 채 흉한 모습이었지만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가족과 있던 빌라가 분명했다.

3년 전 만하더라도 포항시 북구 환호동의 D빌라에서 어머니, 오빠와 함께 셋이서 생활하던 C양은 청송으로 고등학교 진학해 주중에는 학교 생활관에서 공부하고 주말에만 포항에서 지내기 시작했다.

올해는 오빠마저 군 입대를 하며 어머니와 단둘만 남았는데 이번 지진으로 그 보금자리를 빼앗기게 됐다.

이 곳은 한쪽 벽면 전체가 무너져 내렸고 도시가스 배관까지 부서지면서 빌라 전체가 무너져 내려도 이상할 것이 없어 보였다.

C양 어머니는 “빌라에서 돌이나 벽돌 등 자재가 아직도 떨어지고 있어 도저히 안에 들어갈 수가 없다”면서 “하루빨리 대책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양의 어머니는 인근 대도중학교 체육관으로 피신해 생활하다 19일 이웃들과 함께 기쁨의 교회 대피소로 자리를 옮겼다.

C양은 지진으로 홀로 계신 어머니도 걱정이지만 당장 일주일 미뤄진 수능을 앞두고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 힘든 이중고를 겪었다.

주말과 휴일에 거주할 수 없는 학교 생활관을 나와 몸이 불편한 외할머니가 있는 구미에서 주말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수능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C양은 시험 후 거취에 대한 고민까지 껴안게 됐다.

포항시 관계자는 “해당 빌라는 복귀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손돼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김재원·원용길 기자
원용길 기자 wyg@kyongbuk.com

청송·의성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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