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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1981년 중국의 등소평이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에 오르면서 13억 인구의 최고 통치자가 되자 모택동 격하 운동이 전국적으로 일어났다. 등소평은 모택동 집권 때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으로 3번이나 실각을 당하고 목숨까지 위태로운 어려운 시기를 당했으며 그의 장남 박방이 문화혁명 때 고문에 못 이겨 조사를 받던 3층 건물에서 투신을 했다가 평생 하반신의 불구자가 된 사실은 잘 알려진 일이다.

이런 질곡의 개인사를 안고 있는 등소평이 집권하자마자 모택동의 격하운동이 전국에서 들불처럼 일어나자 등소평은 문화대혁명의 주모자인 강청 등 4인방을 처벌하는 선에서 끝을 내고 모택동의 비난에 대해서는 그 유명한 공칠과삼(功七過三)이라는 4 마디 글자로 정리해 버렸다.

이 말 한마디로 당시 중국 정부는 반대파에 대한 숙청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10년마다 평화적 정권교체를 하는 집단지도체제를 완성하게 됐다.

지난 14일 자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 박정희는 우리 역사에서 수백 년간 이어져 온 굶주림의 악순환을 벗어나게 한 융성의 시대를 연 지도자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비록 유신통치라는 질식할 것 같은 사회통제와 자유의 구속으로 많은 사람에게 큰 고통을 주었고 이에 따른 비극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시대에는 그 시대의 소명이 있는 법이다. 박정희 시대의 소명은 빈곤과 좌절, 패배의식에서 국민을 탈출시켜 ‘우리도 잘살아 보자’는 희망을 안겨 주는 것이라고 볼 수가 있다. 그 결과 ‘한강의 기적’이 일어나고 전국적으로 산업화의 결실로 중산층이 형성되고 이들의 열망이 민주화로 이어지게 되었다.

지금 우리는 GDP 기준으로 세계 12위의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섰다. 박정희가 5·16군사정변을 일으켰을 때 1인당 GDP는 단돈 82달러였다. 당시 우리는 미국의 원조에 의존한 ‘구걸국가’였다. 산이란 산은 땔감용으로 나무를 남벌하여 민둥산이 되었고 봄이면 양식이 떨어져 대부분 집이 초근목피로 연명하며 ‘보릿고개’를 넘겨야 했다. 박정희는 이런 나라를 천지가 개벽하는 대변혁을 일으켜 오늘날 대한민국 번영의 초석을 세웠다.

이런 치적을 기리기 위해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 박정희 탄생 100주년이 되는 올해 기념우표를 발행키로 했었다. 그러나 새 정부가 들어 선 후 우정사업본부는 뚜렷한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기념우표 발행을 취소를 했다. 정부기관이 취소한 ‘박정희 100주년 기념우표’를 우리 대학생들이 모금한 돈으로 기념우표를 만들어 판매에 나섰다는 근래 들어 가장 기특한 소식을 들었다. 지난 20일 대학생 단체인 한국대학생포럼이 “온라인 주문을 통해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 판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가로 21.9cm, 세로 13.5cm인 기념우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 사진과 친필 휘호 등이 인쇄된 우표 7장을 한 세트로 만들어 세트당 1만 원에 1만 세트를 한정 판매한다는 것이다. 한국대학생포럼은 우정사업본부가 지난해 5월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우표 발행을 결정했다가 지난 7월 기존 결정을 뒤집고 발행을 취소하자 지난 9월 4일 우정사업본부를 대신해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우표를 발행키로 하고 발행 기금으로 온라인 모금을 시작했던 것이다. 모금이 시작된 지 25일 만에 후원자가 6천여 명이 몰리면서 목표치의 2배 이상인 2억 원을 모았다고 한다.

우리 국민을 가난에서 탈출시킨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적을 정부가 아닌 대학생들이 앞장서서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기념우표를 발행했다는 소식은 우리 젊은이들 가운데 객관적인 역사의식을 바로 인식해 보려는 의지가 있음을 느낄 수가 있다. 필자의 잣대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과를 논한다면 공칠과삼(功七過三)이라고 감히 말해두고 싶다.

미국에선 공화당이 집권한 올해 민주당 출신 존F. 케네디 전 대통령 100주년 기념우표가, 2011년 민주당 집권기 때는 공화당 출신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100주년 기념우표가 각각 발행됐었다. 전직 대통령의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 등의 발행은 과거의 정파적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관용의 덕치를 보일 때 박수를 보내지 않을 국민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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