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중독증과 우울증을 앓는 한 남성이 자신의 원룸에서 소주와 수면제 등을 먹고 자살을 암시하는 문자메시지를 가족에게 보낸 뒤 숨진 채 발견됐다. 직접사인은 급성중독사다. 이 남성의 유족은 보험사에서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까.

통상적으로 보험사들은 고의로 자신을 해쳐서 숨지거나 1급 장해상태가 되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면책사유로 정하고 있어서다.

이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대구지법 제13민사부(문흥만 부장판사)는 숨진 남성의 부인 등 2명이 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보험사는 원고들에게 각 1억5천만 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유족은 “음주와 수면제 복용이라는 외부적 원인에 의해 사망했기 때문에 2015년 6월 29일 체결한 ‘일반상해로 사망 시 보험금 3억 원 지급’ 이라는 애초 약관을 지켜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여기에서 ‘상해’란 보험기간 중에 발생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입은 상해를 말한다.

보험사는 “사망한 남성이 음주 및 수면제 복용 후 사망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어서 상해사망사고에 해당하지 않고, 만일 상해사망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해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망인이 신체의 질병 등과 같은 내부적 원인이 아닌 음주 및 수면제의 복용이라는 외부로부터 우연한 돌발적인 사고로 인해 신체의 손상을 입었고, 이 때문에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또 망인이 숨진 채 발견되기 전날에 아버지와 누나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문자를 보낸 사실은 인정되지만, 자살의 의사를 밝힌 객관적인 물증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목을 매거나 고층 건물에서 투신하는 등 자실 기도를 위한 보다 확실한 방법을 택하지 않은 점, 일반인의 상식에서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 사실이 증명됐다거나 망인이 음주 및 수면제의 복용을 함께 하는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하고서도 그 결과를 스스로 용인했다고 인정하기에도 부족하고 증거도 없다”면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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