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발전기 이국적 정취 물씬···빛·바람의 길 위에 서다
전등 불빛을 앞세우고 산속으로 들어서니 나뭇잎들 사이로 희부옇게 새벽이 내려앉고 있다.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나고 있는 숲 냄새에 취해 본다. 한 굽이 돌아서자 오른쪽으로 암청색 바다가 보인다. 멀리 수평선 위로 붉은 띠를 두른 운무가 켜켜이 차오르고 있다. 해가 뜨려나 보다.
소나무 숲속 좋은 기운을 받으며 산꼭대기로 올라서니 고불봉 표지석이 산객을 반긴다. 고불봉은 망월봉(望月峰)으로도 불리며 영덕 팔경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산이다. 서쪽으로는 영덕 시내와 동해로 흘러드는 오십천이, 북쪽으로는 산릉선에 우뚝 솟아있는 수십 개의 풍력발전기가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내게 한다. 웅장하다.
산을 내려서자 아스팔트가 깔린 이차선 도로다. 갈림길에서 오른쪽 길로 250m나 올라왔을까. 길 건너 도로변에 영덕환경자원관리센터 입간판을 두고 곧장 좌측 산길을 오른다. 산허리를 휘감고 도는 굽이굽이 자작나무 숲이었다가 이젠 단풍나무 숲이다. 우-우웅 이 소리는 풍력발전기 돌아가는 소리. 가슴이 뛴다. 에너지는 최고조로 치닫고 다시 또 나타난 자작나무 눈부신 하얀빛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지칠만하면 불쑥 쉼터가 나타나고, 덥다 싶으면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땀을 식혀준다. 임도를 따라 보랏빛 용담이, 진자줏빛 오이풀, 쑥부쟁이가 보이는가하면, 온데 구절초 밭이었다가, 겨울이 코앞인데 진달래, 제비꽃, 민들레가 덩달아 얼굴을 내밀고 있다. 야생화에 마음을 빼앗겨 걷다보니 내가 어느새 풍력발전단지 안에 들어서 있다.
사계절 바람 많은 이 지역은 풍력에너지의 부존자원이 풍부하여 미래의 대체에너지 사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풍력발전기 24기는 영덕군민 전체가 1년 간 쓸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할 뿐만 아니라, 풍력발전단지 건설로 이색적인 관광지 제공, 주변 관광지와 연계한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많은 관광객들까지 불러들이고 있다.
산림생태문화체험공원으로 한발 들어서니 출렁다리가 유혹을 한다. 건너보고 싶다. 포토존까지 표시되어 있어 피사체에 초점도 맞춰본다. 공원에는 해맞이예술관, 전동휠체험코스, 하늘바람정원, 향기음식체험관, 유스호스텔도 보인다. 바람개비공원에도 가보고 싶고, 도화원도 궁금하고, 향기터널, 생태연못, 단풍나무길, 풍경소리원도 궁금하다. 갑자기 볼거리는 많아지고 하루해는 짧다.
신재생에너지전시관이다. 재생에너지의 모든 것을 관람할 수 있는 곳이다. 태양과 바람, 물, 지열, 바이오매스 등을 이용한 재생에너지의 생산 원리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야외에는 태양열을 이용한 창포족욕탕과 태양광을 이용한 프리즘체험코너, 태양광으로 움직이는 오로골 등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의 원리를 배우며 체험도 할 수 있다.
청소년해양체험관을 옆에 끼고 대게를 잡고 있는 은빛 조각상 앞에서도 한 컷 찰칵. 해안 길을 따라 북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창포말등대가 보인다. 대게의 집게발이 빨간 등대를 높이 쳐들고 있는 모양이 신기하고 아름답다. 바다로 내려가는 내리막길이다. 바닷가 데크전망대에서 남쪽으로, 왼손 주먹을 꼭 쥐고 새끼손가락은 펴든 모양의 바위 앞이다. 약속바위다.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세요, 전설 같은 사랑이 이루어집니다!’ 여기에도 포토존이 있다. 바닷가 기암괴석들 사이로 밀물이 하얀 거품을 물고 밀려들어오고 있다. 데크길을 오르락내리락, 바닷가 쉼터를 지나 차도로 올라선다. 일출의 명소 해맞이공원 표지석이 저녁노을 아래서 길손을 기다리고 있다 .
◇ 출발 지점으로 되돌아오는 교통편: 영덕해맞이공원에서 07:40, 08:20, 09:25, 11:15, 13:15, 15:15, 16:15
영덕버스터미널 전화번호: 054-732-7374
강구택시부: 054-733-5164~5
◇ 여행자를 위한 팁: 해파랑길 20코스는 영덕블루로도 A코스와 동일 선상에 있어 길 찾기에는 무리가 없다. 숲길 구간에는 매점이 없으니 간식과 식수는 준비해야 한다. 대부분이 숲속 길이라 동행이 있으면 좋겠다. 영덕풍력발전단지 내에 있는 신재생에너지전시관을 지나면 곧바로 휴게카페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