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 화학시험은

문항 50개가 전부 ○X 문제였다

선생님은 답안지를 들고 와서

수업시간에 번호순으로 채점결과를 발표하셨다

기다리지도 않은 내 차례가 됐을 때

“아니 이 녀석은 전부 X를 쳤네, 이 세상에는

옳은 일보다 그른 일이 많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

제대로 채점하면 60점인데 기분 좋아서 100점”

그러시고는 다음 차례 점수를 매기셨다

모두들 선생님의 장난말인 줄로만 여겼는데

며칠 뒤에 나온 내 성적표에는 화학과목이

정말로 100점으로 적혔다 백발성성한

지금도 그 점수를 믿지 않지만

이 세상에는 세월이 흐를수록 그른 일들이

옳은 일보다 많아지는 것도

나는 아직 믿지 않을 수가 없다





감상) 한 번쯤은 내 소신대로 0점도 주고, 한 번쯤은 내 소신대로 100점도 주고, 한 번쯤은 무작정 집을 나가도 보고, 한 번쯤은 고래고래 노래도 불러보고, 나도 한번쯤은 내 소신대로 니가 싫다 정말 꼴보기 싫다 외쳐도 보고, 마지막으로 정말 내 소신대로 네가 좋다 너를 정말 사랑한다 귓가에 대고 속살거려도 보고 싶기도 하고.(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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