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트인 동해바다서 달콤한 물회 한그릇, 눈과 입이 즐거워"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해상누각 너머로 설머리 물회지구 횟집들이 밀집해 있다.
포항의 대표 관광지인 영일대해수욕장 인근 설머리물회지구가 전국적인 외식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포항시 북구 두호동·환여동 해안로 일원에 위치한 설머리물회지구는 약 5년 전만 하더라도 포항 시민들만 아는 횟집 거리였지만 지난 2015년 우수 외식업지구 조성사업이 성과를 거두면서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영일만 바다를 감싸고 도는 해안도로를 타고 약 2㎞에 걸쳐 23개 물회 맛집이 밀집한 이곳은 식도락과 관광, 문화와 휴식이 함께 하는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17년 우수 외식업지구’ 대상에 포항 ‘설머리 물회지구’를 선정해 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경북 동해안에서 많이 나는 흰살생선과 오징어 등을 듬뿍 담은 물회와 육수를 얼려 만든 슬러시 상태의 얼음물.
△유서 깊은 물회의 고장 ‘설머리’

‘설머리’라는 지명의 유래는 역사가 깊다.

신라 경순왕 때 지금의 경주시 강동면 국당리에 위치한 형산사(현 왕룡사원) 절에서 동해를 내려다보니 이 지역의 바다와 인접한 고운 모래밭이 마치 하얗게 눈처럼 덮여 있는 것처럼 보여 눈설(雪)을 써서 설머리라 불리게 됐다고 한다.

이렇듯 수려한 자연경관에다 어자원도 풍부해 예로부터 설머리에 어촌마을이 자리 잡았고, 어부들이 고기잡이를 하면서 직접 만들어 먹던 ‘포항물회’는 지난 1960년대부터 상업적으로 팔리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포항물회는 광어·우럭·가자미 등 동해안에서 많이 나는 흰살생선을 사용해 단백질이 풍부해 담백하고, 오이·배 등 시원한 맛을 내는 채소와 과일과 함께 육수와 얼음물에 비벼 먹는 별미 음식이다.

두호동 환여횟집 본점부터 환여동 바다채회집까지 23개 횟집이 몰려있는 설머리물회지구에는 30년 가량 물회 가게를 하는 집이 5~6 군데나 있을 정도로 그 역사가 깊다.

그 중에는 전복 등 다양하고 싱싱한 해산물을 넣은 ‘달인 물회’의 마라도회식당, 종류별로 알기 쉽게 회 종류를 작은 깃대에 표시해 알려 주는 깃대횟집, 퓨전 물회 전문인 환여횟집, 고소한 가자미회가 전문인 대부자연산횟집과 경주회식당 등이 특색있는 물회와 모듬 회 메뉴로 젊은이는 물론 다양한 관광객들의 입맛을 유혹하고 있다.

포항 설머리 물회지구 입구를 알려주는 조형물. 글자 배치를 통해 물고기의 모양을 형상화 했다.
△우수외식업 지구

설머리물회지구는 약 5년 전부터 ‘1박 2일’‘생활의 달인’‘6시 내고향’ 등 유명 TV 프로그램에 잇따라 방영되면서 점차 전국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어 2013년 설머리물회지구와 가까운 영일대해수욕장에 관광명소인 해상 누각과 광장이 준공되고, 2014년 포항운하 물길까지 열리면서 포항을 찾은 관광객들이 물회를 맛보기 위해 설머리로 몰리기 시작했다.

설머리 물회지구 활성화에 방점을 찍은 것은 지난 2015년 우수 외식업지구로 선정되면서부터다.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농림축산식품부의 우수 지구로 지정되면서 사업비 4억 원을 지원받았다.

이를 통해 스토리텔링이 가미된 리플릿 제작·식품박람회 참여 등 적극적인 홍보활동과 국내산 식 재료를 공동구매하는 체계를 구축해 우수 채소·과일 등을 저렴한 가격에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또 위생·친절·경영마인드 교육과 선진지 견학도 이뤄졌고, 물고기 모양에 모티브를 얻은 감각적인 로고와 네이밍이 들어간 안내 조형물과 함께 가게 테이블보와 물잔 등 통일된 위생용품도 갖췄다.

특히 횟집 업주들이 자발적으로 설머리 조직위원회를 구성하고, 반목과 경쟁이 아닌 화합과 상생으로 물회지구를 키우자고 다짐하며 함께 전국의 우수지역 벤치마킹을 함께하는 등 힘을 모았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는 관광객 증가와 매출 증대 등 실적으로 이어졌다.

포항시에 따르면 설머리 물회 지구를 찾은 관광객은 지난 2015년 38만 명에서 올해 60만 명으로 58%나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며, 매출액과 국내산 식재료 구매율도 같은 기간 20%가량 는 것으로 집계됐다.

경북 유일 우수 외식업지구인 설머리물회지구는 지정 이듬해인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의 우수외식업 지구 평가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데 이어 지정 2년차인 올해에는 이 평가 대상마저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나눔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지난 5월 횟집 대부분이 수익금 중 일부를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어려운 이웃돕기에 나서기로 약정하면서 ‘경북 1호 착한가게 거리’로 지정됐고, 우수 외식지구 시상금을 포항시에 장학금과 지진피해 성금으로 잇따라 기부하기도 했다.

포항 설머리 물회지구 인근에 트렌디한 카페가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관광자원의 보고

포항 설머리물회지구의 인기가 더해지는 이유는 인근 관광지와 연계된 다양한 볼거리·즐길거리와 함께 각종 문화적 요소가 어우러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접한 포항 대표 관광지 영일대해수욕장은 국내에서 하나 뿐인 해상누각이 자리 잡은 도심 해수욕장으로 전국적으로 알려진 포항국제불빛축제와 국내 유일의 철을 주제로 한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이 열리는 곳이다.

이곳에는 올해 형형색색 장미 5천여 그루와 형형색색의 LED 조명이 어우러진 ‘장미원’도 자리해 데이트 코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또 포항시립미술관을 비롯, 계절마다 다양한 축제 및 행사와 함께 영일만의 멋진 야경을 내려다 볼 수 있는 환호공원이 자리하고 있는 것도 자랑거리다.

이와 함께 설머리 물회지구 횟집 사이 사이와 환여동 낮은 산 능선을 따라 줄을 서 있는 ‘핫’한 커피숍거리도 명물이다.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와 깊은 풍미·바다가 보이는 조망이 일품인 ‘커피명가’는 커피숍 중 터줏대감이며, 포항을 대표 커피숍으로 불려온‘아라비카’분점인 ‘아라비카 커피로스터스’가 자리 잡고 있다.

또 옥상에서도 커피를 맛볼 수 있게 꾸며진 ‘루프탑’계열 카페와 각종 프랜차이즈 커피숍도 10여 곳에 달해 입맛과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설머리 물회지구는 올해 포항시의 시티 투어 경유지로도 등록돼 포항 대표 관광지로 한층 인정받고 있다.

특히 장기적으로 포항시가 영일대 해수욕장 여객선터미널과 환호공원 전망대를 잇는 해상케이블카 설치와 함께 설머리에 어항 레저 선착장 조성도 추진 중이어서 또 다른 변신이 기대된다.

설머리 물회지구 횟집들 뒤로 넓은 동해 바다가 펼쳐져 있다.
△외식지구의 명과 암

설머리 물회지구가 포항 관광의 핵심 명소로 떠오르자 시와 물회지구 횟집들은 관광객들에게 쾌적하고 깨끗한 도시환경과 좋은 추억을 선물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관광객이 집중되는 여름 휴가철과 국제불빛축제 기간, 평소 주말을 중심으로 설머리 일대에 전국에서 온 차량이 몰리면서 매번 큰 혼잡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인근에 공영주차장을 마련하고, 도로폭도 왕복 4차선으로 좁지 않지만 길 양쪽 가장자리 2개 차선을 점령한 불법 주정차로 인해 교통체증 몸살을 앓기 일쑤다.

또 3~4년 전만 해도 3.3㎡당 600만 원~700만 원하던 땅값도 최근 1천500만~2천만 원대로 2배 이상 크게 올랐다.

이렇듯 치솟는 땅값은 임대료 상승 등으로 이어져 더 큰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우려가 나오고 있다.

포항시는 이 같은 문제 해소를 위해 발을 걷어 붙였다.

올해 1억 원을 들여 설머리 모래사장에 설치된 주차장을 정비·확대하는 한편 관광객이 휴식할 수 있는 파고라를 설치했다.

또 지구와 영일대 사이에 위치한 공영주차장도 조만간 유료화를 통한 장기주차 차량을 없애 주차공간을 확보할 방침이다.

현재 어랑횟집-마라도횟집간 200m 구간에 노후 하수도 및 인도 블록도 교체·정비하고 있다.

특히 내년 8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30억 원을 들여 환여횟집-아리랑횟집간 750m 구간에 대한 전선지중화사업을 통해 도시경관 개선과 함께 영일대만과 포스코 야경 등 아름다운 바다 뷰를 즐기면서 물회를 먹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손휘준(여·57) 설머리 물회지구 회장은 “설머리 물회지구가 앞으로도 친절한 서비스와 맛있는 요리로 더 많은 관광객이 찾도록 해 최근 지진 피해로 힘들어 하고 있는 포항경제를 굳건히 받치는 초석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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