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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문하 도의원·시인
지난해 발생한 9·12 경주지진에 이어 11·15 포항에서 역사상 가장 강력한 규모로 기록될 지진이 추가로 들이 닥쳐온 산천과 건물 그리고 우리의 몸과 마음까지 쑥대밭을 만들어 놓고 지나가 버렸다. 일 년 남짓한 기간을 두고 지축을 흔들었던 두 지진은 우리에게 그 결과를 통해 앞으로 다가올 의미심장한 몇 가지 물음표 같은 숙제를 남기고 있다.

어느 곳에서나 다 그랬듯이 이번 지진도 아무도 예측할 수 없이 순식간에 엄습하였고, 물질적 피해나 정신적 손상이 상상을 초월할 만큼 극심하였으며 무엇보다 이제 지진은 마냥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할 수 없는 너무도 가까이 우리 곁에 다가와 있어 대비하고 극복하여 이겨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시대적 소명과 교훈을 주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예사롭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진은 맨틀 위에 떠 있는 지각판들이 움직이면서 서로 부딪칠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움직임 그 자체는 자연의 질서이자 조화이고 지각들이 빈틈을 찾아가는 끝없는 균형의 과정이라고 한다. 역설적으로 해석하면 지진은 자연의 거대한 법칙의 하나로서 인간이 만든 문명이 자연의 흐름에 비해 나약할지언정 넘어설 수 없을 만큼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가능한 대목이다.

이를 바탕으로 이번 포항 지진의 수습과정을 분석해 보면 단기적 처방과 중, 장기적 해법에 어느 정도는 정답을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우선 단기적 처방만 보면 이보다 더 잘할 수는 없다고 여겨질 만큼 완벽한 체계적인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경상북도는 경주 지진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진 발생 단 3분 만에 ‘도 재난대책 본부’를 만들고 포항시 역시 경북도와 물샐 틈 없는 횡적 공조를 이루어 낸 것은 높은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정부도 해당 장관들이 포항에 내려와 분야별로 일사불란하게 각종 주요시설을 점검하고 신속하게 ‘수능 1주 연기’와 ‘특별 재난지역 선포’등 신속한 결단과 대통령과 총리까지 전폭적인 예산지원을 약속하고 시민들의 안전을 걱정하는 대단히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상의 흠잡을 데 없는 단기적 대처 방안과는 달리 경주 지진 이후 보여준 중·장기적 정책 수립과정은 위기 대응 의지가 전혀 없는 낙제점조차 주기 어려운 수준이 아닌가 한다. 피해 복구나 보상 방안 등 단기적 처방에만 몰두하고 중·장기적 문제를 소홀히 한다면 머지않아 돌이킬 수 없는 후회로 땅을 칠 날이 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5.8 규모의 지진으로 강력한 경고음이 울렸는데도 다가올 대재앙에 대해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다면 어떠한 변명도 정당화할 수 없다. 만시지탄의 감은 있지만 원자력 발전소가 집결되어 있어 자칫하면 국가 대재앙이 우려되는 동해안권에 지진에 관한 한 더 넓고 더 멀리 더 안전한 중·장기적 백년대계의 마스터플랜(Master Plan)을 지금 당장 수립해야 한다.

그 첫 번째 과제는 지진에 대한 모든 정책개발을 망라하는 ‘국립 지진방재연구원’과 부속 ‘국립 안전문화진흥원’ 등을 설립하되 반드시 포항, 경주에 유치되어야 한다. 이번 지진으로 포항과 경주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이 확인된바 미국이나 일본처럼 지진 발생지역에 연구기관이 설립되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두 번째 해야 할 과제로 예산과 조직을 혁명적 수준으로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2018년에 책정된 지진 관련 예산은 여진 보강사업비 5억과 지도 제작비 1억4천 등 총 6억4천이 고작이다. 조직은 아예 언급되지도 않고 있다. 다행히 의회 보고에서 경상북도가 증액 예산 편성을 약속하긴 했지만 당장 연구원 설립을 위한 기초 타당비 조사 등 방재 예산을 획기적으로 증액 조정하고 지진 인력도 점진적으로 보강하여 지진대응시스템 운영, 교육, 훈련, 피해 복구 등에 효율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시설물 내진 기능 보강과 부실, 날림 공사 근절책을 마련하여 지진으로 야기될 건물 붕괴의 두려움을 상쇄시켜야 한다. 기존 내진 설계의 기본 안은 만들어져 있지만, 토질상태나 건물 유형별 내진 보강계획만 더 구체적으로 수립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실패를 되풀이하는 국가나 민족은 역사의 승리자가 될 수 없다는 것보다 더 확실한 교훈이 어디 있겠는가. 이번 11.15 포항 지진은 힘든 재앙이기는 하되 결코 넘지 못할 난관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확인하였다. 미리 준비하면 근심거리가 없다는 유비무환의 교훈으로 두렵기는 하되 반드시 이겨내고 극복하는 과정을 다음 세대에게 보여주어야 하는 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주어진 피할 수 없는 책무임을 잘 기억했으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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