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는 ‘그랑제콜(Grandes ecoles)’이라는 교육기관이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의 고급인력을 양성한다. 그중에서 ENA는 ‘고위공무원’ 양성과정이다. 지역대표, 기자, 의사, 기업 경영자로 8년 이상 경력자들이 입학한다. 이 학교의 교육프로그램은 50%가 행정기법, 50%는 공직자의 윤리성이다. 교과과정의 절반가량은 현장실습인데, 그것은 주로 고위공무원 보좌역이다. 교과서 부지런히 외워서 필기시험만으로 일률적으로 공무원을 뽑는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 여러 나라는 전통적으로 ‘철밥통’ 관리를 선발해 철저히 신분이 보장된다. 그러니 젊은이들이 공무원시험 공부에 청춘을 기꺼이 바친다. 수많은 대학생들이 전공 공부는 덮어두고 공무원 시험에 목을 메는 공시생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우리나라 국가공무원법 68조(신분보장)는 “공무원은 형의 선고 징계처분 또는 법에 정하는 사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그 의사에 반하여 면직당하지 아니한다”로 돼 있다. 본래의 취지는 ‘정치적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행정부’의 위상정립이었으나, 지금은 공무원의 철밥통 조항이 됐다. 하지만 그랑제콜이 있는 프랑스에서는 업무능력 부족자나 도덕성 실격자는 심사를 거쳐 해고할 수 있다. 봉급도 능력과 목표달성 정도에 따라 20%까지 차이가 난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내 공무원 17만4천 명을 증원하겠다 약속을 했다. 내년 예산처리의 시한을 넘기게 발목을 잡은 것이 이 공무원 증원 문제다. 내년에 1만2천200명을 증원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 여당의 입장이었던 반면, 야당은 미래세대의 부담을 지우는 일이라며 반대했다. 여야는 신경전 끝에 내년에 뽑게 될 공무원 수를 당초 정부 원안인 1만2천221명보다 2천746명 줄어든 9천475명으로 조정했다.

“공무원이 무엇입니까? 공원이 무엇입니까? 철밥통 임기 보장되는 유일한 직역이고, 퇴직 후에도 국민이 부러워하는 국민·공무원 연금 통해 자자손손 국가가 어려워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발판을 가진 사람들 아닙니까”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의 국회 추경안 반대토론에서의 열변이 섬뜩하다. 철밥통을 증원하기 전에 미래세대의 고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이동욱 편집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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