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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근 국내 각 언론에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이 백두산 정상의 천지에 서 있는 사진을 대대적으로 실었다. 언론은 한결같이 김정은이 고모부 장성택 처형 등 중대 결심을 할 때 백두산 정상에 오른다고 설명을 하고 있다.

김정은이 이번 백두산 정상에 오른 것도 앞으로 필히 중대 결정을 발표할 작정임이 예상된다는 보도가 지배적이다. 김정은이 그들이 부르는 ‘혁명의 성산’인 백두산에 눈 구경이나 하고 바람을 쐬러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김정은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중대 결정을 내리려고 했을까.

김정은이 앞으로 핵 완성을 선언한 후 대남, 대미정책을 어떻게 구사할지와 국제사회의 전방위 대북제재와 압박을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등을 구상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볼 수가 있을 것 같다. 아니면 미국의 안보 수뇌부들 사이에서 최근 ‘북핵 해결 데드라인 3개월설’ ‘대북 선제 타격론’이 나오는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새로운 카드를 찾아내기 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예상도 대두된다.

북한에 앞으로 어떠한 상황이 닥칠지라도 김정은의 핵 완성에 대한 미련은 버리지 못할 것이며 지금까지 핵 개발의 실험 과정에서 보아왔듯 머잖은 날에 ‘핵 무력 완성’을 했다는 김정은의 육성 메시지가 나올 것은 분명해 보인다. 북한이 핵을 가졌다는 사실이 기정화 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인가. 북한은 한국 정부를 ‘패싱 하고 미국 측과 1대1로 접촉을 통해 평화협상을 주문하면서 한반도의 평화를 명분 삼아 그들이 끈질기게 주장해온 주한미군 철수를 관철시키려 할 것은 명약관화해 보인다.

이런 상황이 닥치면 미국의 트럼프는 핵을 완성한 북한으로부터 미국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과 함께 김정은이 제시한 북-미수교와 상호불가침조약, 주한미군철수, 대북제재 철회 가운데 한두 가지는 받아들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트럼프가 지금처럼 미국 내의 낮은 인기도와 잦은 정책의 실패, 특검 수사 등으로 인한 곤경에서 벗어나기 위한 현실적 해법을 찾기 위해서도 미군철수와 함께 상호불가침 조약 등을 맺을 우려도 있어 보인다. 이런 상황이 닥친다면 우린 그 날로 적화(赤化)의 바람 앞에 놓인 등잔불과 같은 신세가 된다.

김정은이 눈 덮인 천지에서 이런 상상을 하면서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어떻게 하든지 약화시켜 중국과 연계하여 세계 20대 경제 강국인 대한민국을 통째로 삼키려는 야욕을 더욱 불태울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이런 가상이 현실로 우리 앞에 다가오지 않는다는 확실한 보장도 없어 보인다.

미국 정부의 안보 수뇌부들이 밝힌 ‘북핵 데드라인 3개월설’의 시계 초침이 차츰 다가오고 있는데도 우리 국민과 위정자들은 ‘설마’에 위로로 삼으면서 “그런 상황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스스로들 위안으로 삼고 있는 모습들이다.

더욱이 연말을 맞아 들뜬 분위기 속에 50여 명의 국회의원이 여러 목적을 내세워 외유에 나서는 모습을 보면 김정은이 눈 덮인 천지에 왜 올라갔는지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를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지금 하루 수만 명이 관광을 이유로 외국으로 나가고 있다. 반면에 지금 북한은 핵 개발 관련자들을 비롯한 경공업성 종사자들에게 김정은이 총동원령을 내려 북핵 완성을 위한 무기 개발을 독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 국민이 이렇게 태평스러운 시간을 가져도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동맹국 미국에서는 북핵 공격에 대비해 지난 1일 30년 만에 처음으로 하와이 주민들에게 핵 대피 훈련을 실시하고 평창 동계 올림픽에 참가하느냐 마느냐 등으로 조야가 의견통일을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틸러슨 국무장관이 그제 북한에 대해 “조건 없이 대화를 하자”고 제의한 후 “응하지 않으면 국방장관 매티스가 나설 것이라”며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냈다. 상황이 그만큼 위급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북한에 석유를 공급하며 지지를 보내고 있는 중국도 북한의 비상 상황에 대비하여 북·중 국경선 인근 지역 지린성 창바이현에 대규모 피난시설물을 설치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일본도 핵 공격 대피 훈련을 내년 초에 실시할 계획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만 예외다. 우리는 왜 애써 북핵에 대해 ‘위기에 몰리면 모레 속에 고개를 처박는 타조와 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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