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봄
꽃잎 떨궈
깊이도 쟀다

하 많은 가을
마른 잎 날려
가는 곳도 알았다

머리도 풀어헤쳤고
그 어느 손도 다 뿌리쳤으니
사뿐 뛰어내리기만 하면 된다

이제 신발만 벗으면 홀가분할 것이다





감상) 나는 언제나 뛰어내리는 꿈을 꾼다 뛰어내릴 거라는, 그럴지도 모른다는 꿈을 꾼다. 나는 벼랑에 서 있지도 않고 팔랑거리는 나뭇잎도 없다. 뿌리칠 손도 없다. 그런데도 나는 뛰어내리는 꿈을 꾼다. 뛰어내려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꿈을 꾼다. 너의 말이 깎아지른 듯 가파르기 시작했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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