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원 대경연구원 4차 산업혁명연구단장 인터뷰

▲ 대구경북연구원의 분야별 전문 연구인력 20명으로 구성한 ‘4차 산업혁명연구단’을 이끌고 있는 서인원 단장이 경북일보와 인터뷰를 하면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대구와 경북의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윤관식 기자 yks@kyongbuk.com
우리는 어느새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로 진입했다. 첨단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기술융합의 시대, 인공지능과 로봇기술, 생명과학 등이 주도하는 차세대 산업혁명으로서 현실과 가상이 인간을 중심으로 융합하는 시대를 우리는 4차 산업혁명시대라고 부른다. 대구경북연구원의 분야별 전문 연구인력 20명으로 구성한 ‘4차 산업혁명연구단’을 이끈 서인원 단장과 인터뷰를 통해 기술의 가속화와 융합화, 산업의 초연결·융합화, 생태계의 플랫폼화·맞춤화로 압축되는 4차 산업혁명의 뚜렷한 특징을 바탕으로 대구·경북이 유념해야 할 어젠다, 대구·경북의 신산업정책과 선제대응 전략과제 등을 제시한다.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을 핵심 키워드로 살펴보면


▷ 기술(Technology)의 가속화와 융합화에 따라 생산과 소비 시스템 전 과정의 지능화, 첨단화를 가져오면서 자원과 노동시장의 효율적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경량소재 등 지능형 소재부품 산업의 수요를 더욱 증가시키고 있고, 노동과 교육, 산업 환경 전반의 혁신적 변화를 이끌고 있다. 산업(Industry)은 그 범위와 깊이가 하나의 산업이나 제조 영역을 넘어 초연결, 융합화함으로써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생태계(Ecosystem) 변화로 고객의 수요가 담긴 데이터를 활용해 제품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산업 활동의 중심이 제품 판매에서 서비스의 제공으로 이동하고 있다. 카카오톡 플랫폼을 활용한 카카오 택시 등의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제공이 확대되면서 플랫폼 기반 기업들의 경쟁력이 크게 강화되고 있고,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개별 맞춤형 수용에 최적화한 신제품·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이 확산하고 있다.


-대구·경북이 유념할 어젠다는?

▷ 먼저 핵심 선도기술 산업화 촉진, 신성장산업 육성과 핵심기술을 활용한 지역 주력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추구하는 스마트 지역혁신이 중요하다. 지역 맞춤형으로 지속 가능한 지역발전을 돕기 위한 지역산업 육성 전략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역산업 플랫폼 기반의 지역 맞춤형 혁신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지자체의 4차 산업혁명 구현을 위해서는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와 경제정책 방향 등에서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9대 국가전략 프로젝트 등 정부의 산업정책 방향과 긴밀하게 연계해 추진해야 하고, 자동차와 에너지, 연료 등은 타 지자체와 차별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세부 산업과 기술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경우 광주는 상용차에 집중하고, 대구는 전기차에 집중하는 전력을 마련하는 방안이다.

또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 중 하나가 혁신도시와 산업단지를 육성하는 것을 토대로 혁신도시와 산업단지를 4차 산업혁명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대구혁신도시에 스마트시티를 조성하기 위해 ICT 융합산업을 한국정보화진흥원과 공동으로 육성하고 스마트에너지산업은 한국가스공사, 한국산업단지공단 등과 연계해 사업을 발굴해 추진하는 것도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무엇보다 중요한 지역의 창의적 인재가 지역에 머무를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역에 산재한 국책연구기관 본원과 분원, 지자체 연구기관, 대학, 기업, 지자체가 협력하는 산학연 협력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윤장현 광주시장이 2017년 11월 23일부터 나흘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 국제 미래자동차 엑스포’ 행사의 현대모비스관에서 자율주행 시뮬레이터로 자율주행 시연을 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대구의 신산업정책은?

▷ 4차 산업혁명을 신산업 발전의 모멘텀으로 활용하고 있는 대구시는 물, 의료, 미래형자동차, 에너지, ICT융합, 기계로봇, 소재, 문화산업 등 8대 분야 미래전략과제 32건을 발굴하고 있다.

글로벌 물산업 허브도시 조성을 내건 대구시는 체계적인 인프라 조성으로 스마트 물산업 선도도시 구축, 원스톱 지원체계 구축을 통한 물산업 육성 환경 조성, 국내외 기관 등과의 물산업 네트워크 강화를 3대 추진전략으로 삼았으며, 향후 국가 물산업 클러스터 조성, 클러스터와 연계된 분산형 테스트베드 구축, 물산업 적정기술 플랫폼 구축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경북의 신산업정책은?

▷ 2017년 5월 지자체 최초로 4차 산업혁명 선도 전략을 공식 발표한 경북도의 4차 산업혁명 비전은 ‘스마트 제조혁명 리드로 경북 제조업 르네상스’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스마트 제조, 첨단신소재, 스마트 모빌리티, 지능형 로봇, 바이오 헬스, 차세대 에너지, 지능정보기술, 인재혁신, 기업혁신 등 9대 선도 전략과제를 꼽았다.


-지역 산업 혁신 역량은?

▷ 연구개발(R&D) 혁신 역량을 위해 2015년 기준 3D 프린팅, 사물인터넷, 가상현실, 로봇, 빅데이터 등 5개 핵심기술 분야에 대구는 1천123억 원, 경북은 770억 원을 투자한 상태다. 대구는 첨단의료 및 뇌과학, 로봇, 3D 프린팅 분야 중심의 R&D 사업을 추진하고, 경북은 스마트 디바이스, 원자력, 로봇, 바이오신약 분야 중심의 R&D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첨단 제조업 경쟁력(특화도 및 집적도)을 분석한 결과, 대구는 메카트로닉스, 에너지부품시스템, 첨단의료기기 등에서 경쟁력이 높고, 경북은 차세대IT, 메카트로닉스, 에너지부품시스템 등의 경쟁력이 높았다.

인프라 역량은 비교적 양호하다. 구미와 포항, 대구 등 산업도시를 중심으로 섬유, 철강, 전자 등 신 제조업 육성을 위한 축적된 시간과 제조 인프라, 숙련 인력 등 산업화 성공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대구와 구미를 중심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ICT 관련 최적의 테스트 베드를 구축하고 있고, 세계 최대의 모바일 보유 빛 디지털 응용 프로그램의 활용도도 매우 높다.

포항의 3·4세대 방사광 가속기, 경주의 양성자 가속기, 대구의 첨단의료복합단지 등 우수한 과학기술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어서 이를 기반으로 방사광·양성자가속기를 활용한 바이오·신약 개발 등을 통해 100조 원대 신약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 핵심 주도기술 관련 인공지능(포스텍, DGIST, 한동대 등), 통신(국내 유일 LTE 시험기반 등), 로봇(한국로봇산업진흥원, 한국로봇융합연구원 등), 3D 프린팅(산업협회, 거점센터 등), 사물인터넷 등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2017년 9월 14일 구미시 구미코에서 개막한 ‘2017 국제탄소산업포럼’에서 김관용 경북도지사 등이 탄소재료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경북도 제공.

-대구·경북의 선제 대응전략은?

▷ 4차 산업혁명의 어떤 기술을 도입해서 경쟁력을 갖출지를 판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 R&D 및 산업역량을 기반으로 미래 신산업 육성을 위한 핵심기술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지역 미래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꼭 필요한 요소로서 지역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지역 산업구조가 다품종 소량생산 구조로 바뀌고 있고, 산업간 영역 파괴로 밸류체인도 새롭게 연계·통합되는 데다 기업환경도 제품가치 중심에서 소비자 접점 서비스 중심으로 바뀌면서 소비자 니즈를 즉각 반영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그래서 그동안 축적한 제조업의 강점을 서로 연결하고,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의 융합화를 통해 소프트 파워 역량을 강화하는 등 제조업 생태계를 혁신적으로 바꿔야 한다. 제조혁신 역량 강화도 필수다.

무엇보다 정부의 정책 방향과 연계해 대구와 경북의 미래 신성장산업을 지역특화산업과 연계·협력산업으로 구분해 추진해야 한다. 대구의 경우 특화산업인 물산업 클러스트와 연계해 분산형 테스트베드와 스마트워터 시스템, 물산업 적정기술 프랫폼 등을 구축해 나갈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스마트 팩토리의 발상지인 경북의 경우 스마트 제조 핵심거점으로 육성해야 한다. 스마트 팩토리 관련 공급산업의 주요기술은 요소기술 검증 테스트베드, 제어모듈 등이며, 지역 내 차세대 디스플레이, 홀로그램 융합기술, 관련 소자 및 공정혁신 기술 등을 활용해 디스플레이 융복합 산업을 육성하는 방식을 들 수 있다. 특히 첨단의료, 스마트 모빌리티(미래형 자동차, 항공·드론 등), 차세대 에너지, 융합 신소재, 지능형 로봇, 차세대 초고속 정보통신 등 6대 신산업의 경우 대구와 경북이 연계·협력으로 중점 육성할 신산업으로 삼아야 한다.


-대구·경북의 미래 일자리 변화상과 대안은?

▷ 기술혁신으로 정형화된 일이 줄고 감성이나 사회적 스킬이 필요한 업무가 늘 것으로 보인다. 기술이 인간의 두뇌를 대체함에 따라 인공지능에 의한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감소하고 고급숙련과 저숙련의 이중구조가 심화할 것이다. 새로운 일자리의 모습은 정규직의 필요성은 줄이고,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는 일자리는 증가할 것이다.

이에 따라 자동화 때문에 없어질 취약계층 일자리 사회안전망 구축과 기본소득·생활임금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지역 4차 산업혁명 분야 주력산업의 고도화와 신산업 분야 일자리 창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야 하고, 미래 직업을 창출할 수 있는 창의성 인재육성 프로그램 개발 등 직업능력 및 기존 교육훈련체계 정비도 시급하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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