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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공동정범. 아마 이런 말 처음 듣는 분들 많을 것이다. 오는 25일 개봉하는 독립영화 제목이다. ‘공동정범’은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죄를 뒤집어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한 사람들 이야기다. 필자는 시사회에 참석 기회가 있어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공동정범’은 지금부터 만 9년 전에 벌어진 용산참사를 주제로 한 영화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참사의 당사자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겠는가. 영화를 보다 보면 어느새 내가 주인공이 된다. 참담하기도 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도 하고 암담해지기도 한다. ‘동료’의 말이 이해가 안 가기도 하고 ‘내’가 원망스럽기도 한다. 9년의 세월 동안 이들이 겪은 아픔과 고통을 외면하고 편한 생활만 하지 않았나 하는 자책감이 들기도 한다. 진실을 찾아야겠다는 사명감 같은 게 생기기도 하고 똑같은 사건이 되풀이되는 걸 막겠다는 결심 같은 것도 생긴다.

용산참사는 대한민국사의 비극이다. 단순한 비극이 아니라 국가가 개입하여 벌어진 일로 진상을 명확히 규명해야 하고 책임자급에 있던 사람들은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한다. ‘국가기관의 행동은 정당하다’고 하던 시대도 있었다. 이건 민주주의 이전 야만시대 이야기다. 민주주의 시대에 있어 국가는 국민의 인권과 안전, 생존권 보장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행동을 해야 한다.

국가가 한 행위로 인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침해되거나 위태로워진다면 국가의 존립 근거는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주거권과 생존권을 요구하기 위해 망루를 짓고 그곳에 올라갔다. 이게 죈가. 살게 해달라고 호소하는 국민을 폭도 취급하고 무리하게 특공대까지 투입해서 참사를 유발했으면 마땅히 책임지는 자 있어야 하고 진상은 한 점 의혹 없이 밝혀져야 한다. 시간이 더 가기 전에 참사 유발자들의 자기 고백과 참회가 있어야 한다.

불이 어디서 어떻게 났는지 밝히지도 못했는데 ‘공동정범’이라는 이름으로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에게 살인에 대한 책임을 뒤집어씌운 것은 사법부의 치욕으로 기록될 것이다. 대법원의 거대한 건물 앞에는 자유, 평등, 정의라고 쓰여 있는데 ‘용산참사 판결’이 어느 가치에 부합하는지 묻고 싶다. 국가권력의 잔인하고 무도한 진압이 없었다면 불도 나지 않았고 철거민 5명이 희생되지 않았으며 경찰도 희생되지 않았다. 근본원인을 생각하지 않고 단지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로 살인죄를 묻는 ‘결정’을 누가 ‘판결’이라 할 것인가.

‘공동정범’은 영화배우 조민수 씨가 독립영화관을 통째로 빌려서 19일 특별 상영회를 연다. 조 씨는 “‘공동정범’이 가진 사회적 의미와 영화적 가치를 많은 분에게 알리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준비했다”고 말했다. 결심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본인이 신념을 가지고 하는 일이지만 참 고마운 일이다.

‘공동정범’은 우리 사회에서 다루기 힘든 주제를 다룬 데서도 특별하지만, 독립영화로서 가치도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공동정범’은 제8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과 관객상을 동시 석권했고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 우수작품상을 받았다. “사안을 바라보는 감독의 태도와 집요함이 빛나는 작품. 내용과 형식 모두에 있어 영화를 보는 관객으로서 압도당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공동정범’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말한다. 살기 위해서 올라갔다고. 최소한의 보상이라도 받아 살아 보려고 올라간 건데 죽어 나오거나 감옥에 가게 되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평생 겪게 될 트라우마와 삶의 고통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사회는 아무 책임이 없는가. 지금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영화 ‘공동정범’은 묻는다. 진짜 공동정범은 누구냐고. 진실의 길에 마음 나눔의 길에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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