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외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지난 19일 대구 북구을 당협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한국당 대구지역에서 공석이던 2곳 중 대구 달서구병은 결정이 보류됐다. 한국당은 전국 74곳 당협위원장을 공모한 결과 66곳에 모두 211명이 지원해 이 중 이날 45곳의 당협위원장 명단이 발표됐다.

이로써 홍 대표는 서울 경남에 이어 대구지역으로 3번째 정치활동 근거지를 옮긴 셈이다. 홍 대표는 차기(21대) 총선에는 대구 북을 지역에 ‘불출마’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북구을 당협은 지난 총선 때 낙선한 양명모 당협위원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곳이다.

홍 대표가 한국당의 텃밭인 대구지역의 당협위원장을 신청할 때부터 당 안팎에서 논란이 일었지만, 조강특위와 최고위원회가 선임안을 확정한 것이다. 이용구 조강특위 위원장은 이날 당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홍 대표에 대해 “홍 대표가 전국적인 지방선거를 이끌고자 전략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판단해 선임키로 했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6·13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근거지인 대구·경북(TK)을 단단히 다지는 게 필요해 대구 북구을 당협위원장을 맡는다는 명분이다.

당내에서조차 비판이 나온다. ‘따뜻한 아랫목’이다. ‘험지’가 아닌 셀프 입성이라는 것이다. 홍 대표가 대구 북을 지역 당협위원장을 맡은 것 자체는 문제 될 것이 없다. 다만 국민과 유권자의 정치상식에 부합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홍 대표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하지만 어떤 정략인지 수긍하기 어렵다. 홍 대표가 다음 총선에서 대구에 출마할 뜻은 없다고 했지만, 당협위원장은 지역구 유권자와 당원들의 의사를 대변하고 이를 바탕으로 총선에 출마하는 자리로 알려져 있다. 출마할 것도 아닌데 굳이 왜 대구지역 당협위원장을 맡는지에 대해 언 듯 이해하기 어렵다. 한 여론 설문 조사한 결과, 한국당 지지율은 8%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46%)의 5분의 1 미만이다.

홍 대표가 수도권 당협위원장을 맡아 ‘도전정신’으로 승부를 걸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구지역 당협위원장을 맡기로 한 이상 당협위원회란 기능을 잘 살려야 한다. 그러나 바쁜 홍 대표가 얼마나 이 당협위원장직에 충실할지 두고 볼 일이다. 총선 불출마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위기에 처한 당을 회생시키는 길이기도 하지만 지역구 유권자들의 의사가 제1야당을 통해 국정에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