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대합실에 무인 장사역, '관광명소화' 시대흐름 역행
영덕역, 신용카드 위주 자동발매기 지역 이용객에 '빈축'

장사역대합실
동해중부선 철도의 포항~영덕 구간(44.1km)의 기차역이 현실과 동떨어진 설계로 개통을 앞두고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동해선 철도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2000년도 KDI(한국개발연구원)의 기본설계와 2011년 타당성 재검토를 거쳐 설계했다.

1조4000억 원이 들어간 이 구간은 영덕, 강구, 장사, 월포 등 4개 역에 디젤전동차에 단선철도로 운행한다.

KDI의 수요예측보고서에는 하루 이용객을 장사역(간이역) 65명, 강구역(보통역) 317명, 영덕역(보통역) 663명으로 예측했다.

장사역의 경우 장사해수욕장과 영화 인천상륙작전 흥행 등으로 매년 10만에 가까운 관광객들이 몰리는 곳이다.

그러나 장사역은 직원이 없는 무인역으로 운영되며 눈비를 피할 수 있는 시설(캐노피)과 지상 1층의 철근콘크리트 시설만 갖추고 있다.

역 조성에 약 30억 원이 들었다지만 3㎡ 규모의 고객 대기실만 덩그러니 있을 뿐이어서 발권기능도 없고 이용객들은 대기시간 동안 무더위와 추위에 그대로 노출된다.

이 구간 중요 역사인 영덕역도 문제다.

60억 원을 들여 만든 영덕역의 경우 설치된 자동발매시스템 5대 중 4대를 신용카드만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신용카드가 없거나 나이 든 지역민들은 1대 뿐인 현금겸용 자동발권기나 역 사무실로 찾아가 발권해야 한다.

때문에 영덕군과 지역민들은 “지역 여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현실과 맞지 않은 엉터리 설계”라고 반발하고 있다.

문제는 오는 2020년 완공 예정인 2단계 영덕~삼척 구간에서도 병곡, 평해, 기성 등 8개 역이 장사역과 비슷한 규모로 계획돼 있으며, 또 영덕역처럼 같은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류문찬(64) 장사리 이장과 도일환(76) 노인회장도 “주민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설계해 노인들이 앉을 자리조차 없으며, 이용하기도 어렵게 만들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KDI 보고서와 기준에 따른 설계로 역 대합실을 설치할 수 없게 됐다”면서 “시설 보완 및 추가 증축 등은 향후 코레일 요청 시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최길동 기자
최길동 기자 kdchoi@kyongbuk.com

영덕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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