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준섭 대구경찰청장

▲ 이준섭 대구경찰청장이 22일 경북일보와 취임 40일 인터뷰를 하면서 “시민의 비상벨인 112 신고에 최우선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윤관식 기자 yks@kyongbuk.com
이준섭(55·치안감·간부후보 36기) 대구경찰청장은 또박또박 정확하게 잘라 말하는 습관이 있었다. 얼핏 융통성이 부족하다 생각할 수 있지만, 머릿속 생각을 매우 논리정연하게 전하는 매력을 품고 있었다. 대구경찰청의 수장이 된 지 40일 만에 취임 인터뷰로 마주한 첫인상이다.

경북 의성군이 고향인 이 청장은 경북경찰청 경비교통과장과 칠곡경찰서장을 지낸 것 외에는 모두 경찰청이나 서울·부산·경남경찰청에서 근무했다. 대구와는 첫 인연을 맺었다.

그는 “대구 경찰의 속살을 보니 분야마다 대처능력이 탁월했다. 대구시 등과도 공동체 치안을 잘하고 있다”면서 “화합을 우선하는 시민 정신도 최상위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 청장은 “경찰관이나 경찰조직은 시스템에 맞게 변화하고 움직여야 한다”면서 “시민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정확하게 짚어주고, 막힘 없이 잘 돌아가는 혈관과 같은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나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매일 아침 식사는 구내식당에서 해결한다. 매일 밤 112 종합상황실을 책임지는 상황 관리관(주말 총경급, 주중 경정급)과 함께다. 밤새 일어난 각종 사건·사고 등 치안 일선의 상황과 판단, 조치 결과를 놓고 토론하고 바둑의 그것과 같이 ‘복기’를 위해서다. 시민이 가장 위급할 때 경찰을 찾는 목소리가 바로 ‘112 신고’이기 때문에 최우선으로 달려가 ‘현장대응 골든타임’을 확보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실현하는 중이다. 이 청장은 “야간이나 휴일에 벌어지는 긴급 사건·사고 때 골든타임을 지키려면 상황 관리관이 판단 능력을 갖추고 대응할 줄 알아야 한다. 당시 판단과 절차를 복기하는 것은 다음에 다시 실수하지 않고 더 좋은 결과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가 112 신고 대처만큼이나 금과옥조로 여기는 것은 교통 분야다. 원활한 흐름을 유지하면서도 교통사고나 사고에 따른 사상자가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 청장은 “이 딜레마 극복이 경찰의 역할”이라면서 “교통사고 사상자가 몇% 줄었다고 자랑하거나 박수 치면 가당찮은 일이 된다. 단 한 명이라도 교통사망사고자가 없도록 해야 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여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출퇴근시간대 실시간으로 막힌 곳을 뚫어주는 역할을 경찰이 제대로 해낸다면 시민들이 일상에서 항상 경찰의 존재가치를 인정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취임 때 강조한 ‘인권경찰’이란 키워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청장은 “영화 1987의 경찰은 반드시 처벌받아야 할 범죄행위를 했다고 생각한다. 무고한 대학생에게 물고문을 하고 증거를 조작한 경찰의 행위는 인권의 문제가 아니었다”면서 “부당한 수사나 암행수사 등을 하지 않는 절차적 정당성, 목적을 위해 수단을 정당화하지 않는 것, 억울하고 답답한 이들의 마음을 들어주는 등 역지사지의 마음을 유지하는 등 3가지만 지키면 ‘인권경찰’로 인정받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방안에 대한 의견도 냈다. 그는 “국민편익과 인권이 제대로 존중받는 방향으로 정부와 국회가 결정하면 될 일”이라면서 “경찰은 기본적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자살기도자를 막으려다 아파트 9층에서 추락사한 고(故) 정연호 경위에 대한 애틋함도 이야기했다.

이 청장은 “국가를 대신해 국민을 보호할 임무를 지닌 경찰관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판단했을 것이다. 정 경위는 목숨보다 더한 것을 바쳐서라도 시민을 구해야 하는 제복의 가치를 성실히 수행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복의 가치를 성실히 수행한 정 경위와 그 가족의 명예는 국가와 국민이 지켜줘야 한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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