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이 다정스럽게 다가왔다면 펜스 부통령 화답했을 것"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과 사전 리셉션장에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북한 측 접촉이 불발된 것과 관련, 백악관 측은 펜스 부통령이 북측을 ‘의도적으로’ 피한 것은 아니라며 “북측이 정답게 다가왔다면 화답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9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백악관 관계자들은 평창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부통령 전용기 안에서 미 취재단에 “펜스 부통령이 리셉션에서 고의로 북한 대표단을 피한 건 아니다”라면서 “단지 다른 참석자에게 인사하는 지근거리에 북한 인사가 앉지 않았기 때문에 교류가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올림픽 개회식에 앞서 각국 정상급 인사를 초청해 개최한 리셉션에 늦게 도착한 데다, 5분 만에 자리를 떴다.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대면하거나 악수를 나누는 일도 없었다.

이어 열린 개막식에서도 펜스 부통령은 문 대통령 내외의 왼편이자,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바로 앞줄에 자리를 잡았다.

펜스 부통령은 북측과 어떤 인사도 주고받지 않았고, 문 대통령이 뒤를 돌아 북측 대표단과 인사할 때에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북미 간 무관심은 상호적인(mutual) 것으로, 양측의 만남을 주선하려던 한국 측의 노력을 외면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펜스 부통령은 북측 고위 인사가 가까이 앉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북한 정권에 무언의 일관된 메시지를 계속해서 전달하려고 한 것이라고 백악관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들은 “북한인들이 다정하게 펜스 부통령에게 다가왔다면, 펜스 부통령도 화답했을 것”이라며 “북한에 대한 미국의 수사에 배어있는 강경한 말들, 그리고 그 반대도 올림픽에는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한 관계자는 “우리는 동맹들이 다 같이 앉아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북한 인사들이 개막식에서 펜스 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문 대통령이 바로 앞에 있는 걸 보길 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동맹은 견고하다’는 걸 보여줄 수 있었을 것”이라며 “펜스 부통령은 언제든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거나 다른 곳에 앉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면 북한이 한국, 일본과 함께 앉아있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을 테고 부통령은 계속 그 자리를 지켰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가 있었던 장소는 좋은 말을 해야 하는 곳이고, 스피드스케이팅을 두고 지정학적 얘기를 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펜스 부통령은 자기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고 덧붙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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