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신년사서 언급한 "사변적 해" 증명하듯 정상회담 카드까지

새해 들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 제안 카드까지 꺼냈다.

“북남관계를 개선해 뜻깊은 올해를 민족사에 특기할 사변적인 해로 빛내어야 한다”고 했던 자신의 신년사를 증명이라고 하듯 사상 3번째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다.

북한이 김여정 제1부부장을 고위급대표단의 일원으로 파견한다고 밝히면서 파격 제안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은 있었다.

완벽히 통제된 상황이 아니면 대중 노출이 거의 없는 ‘김 씨 일가’ 일원이 방남한다는 것 자체가 김 위원장으로선 엄청난 부담이 될 수 있는데, 이를 무릅쓰고 여동생을 파견한다는 것은 그만큼 그를 통해 건넬 메시지가 중요할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런 관측은 김여정 제1부부장이 문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한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의사를 전하면서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안은 그가 1월 1일 발표한 신년사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남북관계 개선을 실현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 정상회담이니 문 대통령을 방북 초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과거엔 ‘정상회담’을 공식적으로 입에 올리기 전까지 남북 간 수많은 비밀 논의가 이뤄졌는데 이번엔 북한이 공개적으로 정상회담을 거론한 배경도 주목된다.

고 교수는 “그만큼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성을 보인 것”이라며 “핵을 가진 전략국가로서의 자신감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얻으려는 목표는 따로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선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면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압박 수위가 크게 높아지고 외교적 고립도 심해졌는데 여기서 벗어나기 위한 방안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택했을 수 있다.

이번에 만경봉 92호의 동해 묵호항 입항으로 5·24조치,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의 방남으로 유엔 안보리 제재에서 각각 ‘예외 조치’가 이뤄진 데서 보듯 남북관계 진전은 제재 이완과 떼어놓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남북대화는 결국 제재 압박의 결과”라며 “그래서 제재와 압박은 앞으로도 지속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비핵화의 최종 순간까지 제재와 압박이 있어야 북한의 전향적인 조치를 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도 “북측으로서는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미동맹에 균열을 내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우리에겐 정상회담을 제안했지만, 미국에 대해선 “대화를 구걸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전히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북한은 그간 우리 정부에 ‘외세냐. 민족이냐’ 중에서 양자택일하라며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한미 간 그리고 남북 간 첫 시험대는 평창 올림픽·패럴림픽이 종료되고 한미가 군사훈련을 시작할 4월 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범철 교수는 “향후 제재와 군사훈련 부분을 미국과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와 비핵화 대화를 거부하는 북한을 어떻게 대화로 견인할 것인가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당장 3월까지 북미접촉 여부, 그리고 4월 군사훈련 규모 조정 문제가 현실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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