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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한 수필가
달구벌은 신라 때 대구의 옛 이름으로 대구는 오래된 큰 도시로 골목이 많다. 넓은 분지에 주거지로 주택들이 들어서고 늘어나니 자연적으로 골목이 생기고 길어지고 많아진다. 오래된 고을은 골목이 많다 삼백의 고을 상주나 정신문화 수도 안동 역시 시가지에 골목 천지다.

건들 바위 앞집 가까이에 있는 중구 봉산동 가구 골목에 가구점이 몰려 있어 가끔 들려보면 물건을 고르고 사기에 편리하다. 둘러보니 남구와 북구에도 규모가 큰 가구 골목이 여러 곳에 있다. 다니다 보면 곳곳에 인쇄 골목, 공구 골목, 양말 골목, 곱창 골목, 막창 골목, 웨딩 골목, 도서골목, 심지어 수채화 골목까지도 있다.

웬! 골목이 그리 많은지. 그래도 재개발하여 아파트단지가 생겨 사라진 골목도 더러 있다. 골목도 다양하다. 반동 가리 골목이 있는가 하면, 엿가래처럼 붙은 골목, 떡가래처럼 여러 갈래의 시장골목, 천국의 계단을 올라가는 하늘 골목, 한 사람 겨우 빠져 가는 미로 같은 골목도 있다.

대구는 골목문화가 가장 발달한 도시다. 김광석 그리기 길 조성과 근대화 골목투어로 독특하고 이야기 있는 명품 고유 브랜드 골목으로 살아나고 있다. 지난해 여름 남산동 자동차 골목에서 길거리 모터쇼로 대성황을 이루어 ‘골목마다 사람들이 붐비는 대구’ 과연! 골목 천국의 도시답다.

주거 문화 변천으로 단독주택에서 공동주택 아파트로 주거 패턴이 바뀌어 낙후되고 도시 계획에 묶인 골목들이 재개발 붐으로 도심 재생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실 골목 안 외진 단독주택은 거래도 없고 사면 평생 자기 집이다. 아파트는 계속 오르지만, 주택은 오히려 내린다. 막다른 골목이나 맹지에 방치된 주택은 시에서 사서 주차장이나 소공원 만들지 않은 한 폐가다.

대구도 대로변은 건물들이 높고 번드레하지만, 도로를 따라 조금만 들어가면 주택지로 골목이다. 말이 광역시이지 언덕의 골목이나 변두리 골목에 들어가면 내 고향 상주 시내 골목보다 못한 지저분하고 허술한 골목도 수두룩하다.

지금도 지하철이나 노선버스는 기점에서 종점까지 1시간에서 1시간 반을 걸린다. 시가지가 외각지로 드문드문 형성되기에 짜임 세가 없고 시가지가 길어 도심 나들이에 한나절 걸리고 시가지가 분산되어 직장출근이나 등교 때문에 집 두고 근처에 방을 얻어야 지각을 면한다는 이중고를 겪는 경제적 부담도 상당하다.

대구는 밤에는 250만 명의 인구가 거주하지만, 포도송이처럼 달라붙은 대구 주변 경북 경남 시군에서 들락거리는 유동인구 증가로 낮에는 300만 명이다. 밤낮으로 오십만 명의 외지에서 오고 가는 길목 역과 백화점, 동성로, 지하상가는 인산인해다.

근래 도약에 꿈틀거리는 대구! 반월당, 범어 네거리를 비롯한 명덕, 건들바위 역 주변 노른자위 땅 중구에 재개발 붐으로 고층건물과 아파트 신축 바람이 불고 있다. 병원 이용과 쇼핑하기 편리한 도심에서 주거 마련은 대박이다. 골칫덩어리 노후골목 재개발 재물로 도시재생 올인이 ‘도랑 치고 가재 잡는’ 신도시 개발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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