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호 시인
‘함께하는 변화, 도약하는 포항’의 슬로건에는 억척과 끈기, 도전과 진취적인 포항인의 DNA가 스며있으며, 의젓하고 넉넉하면서도 소박하고 따스한 정이 담겨있다.

강철의 심장이 뛰는 거친 숨소리가 형산벌을 가로질러 창공에 메아리치면 질주하는 기관차의 박동처럼 튀는 포항인의 가슴이 펄펄 끓어오른다.

부릅뜬 눈은 천상을 응시하고 굵게 쥔 주먹은 태산을 강타한다.

푸른 바다와 산을 가슴에 품은 드높은 기상, 땀과 눈물로 영일만에 우뚝 세운 조국근대화의 상징인 포스코, 세계 최고의 대학 포스텍, 2조 원에 육박하는 살림살이 등 이제 세계의 1등 시민이요 명실상부한 환동해 중심도시에 서 있는 것이다.

흔히 누구이든 애국을 말하고 애향을 말한다.

애국이든 애향이든 자기가 살고 있는 곳을 사랑하는 것이리라.

우리가 겪었던 아픔, 기쁨. 부끄러움, 자부심이 모든 것을 인정하며 사랑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지금까지 성취한 것에 만족하지 말고 더 큰 목표와 꿈과 비전을 가지고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면서 다함께 잘사는 것이 애향이고 애국이다.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향해 도약하고 있는 포항은 일찍이 연오랑 세오녀의 일월정신, 근면과 성실로 하면 된다는 새마을운동의 정신력, 세계 최고의 제철소를 건설한 우향우 정신, 거센 파도 같은 깡다구의 해병대정신이 포항의 DNA이다.

일찍이 황량한 모래 벌에 빛나는 제철보국의 등불을 밝혀 조국의 어둠을 걷어 내었던 포항은 또 다시 지진이라는 전대미문의 위태한 벼랑에 서 있다.

우리 모두는 지혜의 등불을 밝혀들고 대한민국의 밝은 희망의 빛이 되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슬기로움은 우리의 자산이었고 포기를 모르는 열정은 우리의 힘이었고 더 높은 곳을 향한 이상은 우리의 희망이고 꿈이었지 않은가.

영일만의 찬란한 바다를 근간으로 하는 억센 기상과 열정으로 세계를 향해 질주하고 있는 여기에서 우리는 멈추어서도 안 되고 움찔해서도 안 된다.

포항인이라는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슴에 품고 이 격랑의 파고를 넘어서야 한다.

어머니, 저는 오늘 아청(鴉靑)빛 바다가 흰 거품을 토해내는 포항의 바닷가로 나왔습니다.

저는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희망을 이야기하는 시민들을 보았고 시민을 섬기는 공무원을 만났고 아름다운 봉사를 하는 자원봉사자들의 맑은 눈동자를 보았습니다.

모두가 자기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성실을 읽었습니다.

어머니, 나는 오늘 비로소 알았습니다.

우리 포항의 빛나는 역사 앞에서 시민 모두는 자기에게 주어진 몫의 일을 다 했으며, 그 과정 속에서 때로는 주검으로 마주해야 했던 아픈 사연도 있었다는 사실을, 따라서 그 이름 앞에 우리는 부끄럽지 않는 시민이 돼야 한다는 것을.

담쟁이가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 까지 담쟁이는 수천 개를 잎을 이끌고 절망의 벽을 넘듯이 우리는 성글어진 잎 마냥 희망의 노를 힘차게 저어가야 한다. 자, 뛰자 거친 광야로. 가자 희망의 나라로 우리는 우월한 DNA를 가진 포항인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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