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씨 "절도 무죄 내가 소유권자"
법원 "증거 없다는 의미일 뿐"

▲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이하 상주본) 소장자인 배익기(55·고서적 수집 판매상)씨가 문화재청의 상주본 강제집행을 막기 위해 제기한 소를 법원이 기각했다.

대구지법 상주지원 민사부(재판장 신헌기 상주지원장)는 22일 배씨가 문화재청을 상대로 낸 청구이의 소송 선고공판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문화재 전문 절도범 A씨는 1999년께 안동의 한 사찰에서 국보 제70호와 동일판본인 상주본 한 권을 훔쳤고, A씨는 상주지역 골동품 판매상 조모씨에게 상주본을 팔았다.

배씨는 2008년 7월 26일 조씨의 골동품 가게에서 상주본을 훔친 혐의로 2011년 9월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년형을 받았지만, 대법원이 2014년 5월 29일 배씨에게 무죄 확정 판결을 내렸다. 골동품 판매상 조씨는 2012년 5월 3일 문화재청에 상주본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듬해 12월 26일 지병으로 숨졌다. 이에 문화재청은 상주본을 배씨에게서 회수하기 위해 민사판결 집행문 부여신청을 했고, 법원은 2016년 12월 14일 집행문부여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배씨는 형사판결에서 상주본을 훔친 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았다는 사실을 내세워 상주본의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했고, 작년 4월 집행문 부여 결정 집행력을 배제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형사판결의 무죄 선고는 증거가 없다는 의미일 뿐 공소사실의 부존재가 증명됐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면서 “청구이의 소의 이의사유는 변론종결일 후에 생긴 것만 주장할 수 있는데, 확정된 민사판결이 있기 이전부터 상주본의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하는 원고의 경우 민사판결 변론종결일 이전의 사유여서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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