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우리가 사랑한 것처럼 사랑했을까? 타버린
심장의 옛 재를 뒤져
우리의 키스가 하나씩 나오도록 하자.
그 텅 빈 꽃이 다시 솟아날 때까지.


그 과일을 다 먹어버리고, 그 이미지와 힘이
땅 속으로 내려간 그런 사랑을 하자:
당신과 나는 지속하는 빛,
그 변경할 수 없는 고운 가시.


그 많은 차가운 시간에 묻히고,
눈과 봄, 망각과 가을에 묻힌 그 사랑에
풋사과의 빛을 주자, 새로운


상처로 열린 신선함의 빛,
파묻힌 입들의 영원 속으로
말없이 지나가는 그 옛사랑과도 같은.





감상) 저 계단을 열 번 만에 오르면, 저 터널이 끝날 때까지 숨을 쉬지 않으면, 태양이 구름에 가려 있을 때 한 골목을 통과하면, 왼 쪽 신발을 먼저 신으면, 왼 손으로 현관문을 열면, 물을 먼저 마시고 밥을 먹으면, 오른 쪽으로 누워 잠들면…그게 내게도 올까.(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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