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베를루스칸’이란 말이 화제였다. 섹스 스캔들로 낭패를 자초한 이탈리아 총리 베를루스코니와 IMF 전 총재 스트로스 칸의 이름을 합성한 신조어였다.

하룻밤에 여성 8명과의 섹스관계를 자랑할 만큼 ‘변강쇠 총리’ 베를루스는 10대 슈퍼모델과 섹스파티를 여는 등 엽색행각으로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2011년 브라질을 공식 방문한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반라의 댄서를 만찬에 초대, 질펀하게 놀아난 소문으로 이탈리아 국민은 ‘NO B Day(베를루스코니 없는 날)’을 선포하기도 했다. 국민은 ‘체면의 한계’라며 “권력자들에겐 윤리에서 자유로울 공간이 없다”고 비난했다.

IMF 전 총재 스트로스 칸은 2011년 미국을 방문 중 호텔 여종업원과의 성 추문과 연이은 매춘 협의로 몰락했다.

고위 공직자들의 섹스 스캔들은 당사자의 불명예스러운 추락과 역사의 흐름을 바꿔버릴 정도의 초대형 게이트로 발전했다. 모세카차브 전 이스라엘 대통령은 대통령 재직 중이던 2006년 무려 10명의 여성을 성폭행 또는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사임을 요구 받았다. 그는 사임을 거부하고 탄핵까지 피해갔지만 결국 임기만료 2주를 남긴 채 불명예 퇴진했다. 2009년 강간죄로 기소돼 7년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최초로 지구촌을 뒤흔든 섹스스캔들은 1963년 영국 보수당 맥밀런 내각의 국방 장관이었던 프러퓨모 섹스게이트다. 그는 갓 스무 살 넘은 콜걸 크리스틴 킬러와의 혼외정사로 공직에서 물러났다. 유명 정치인과 고급 콜걸의 염문은 도덕적 비난의 대상이었으나 의회가 조사에 나설만한 사건은 아니었다. 그러나 주영 소련대사관 소속 해군 무관 이바노프가 킬러의 연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섹스스캔들은 국가안보사건으로 격상됐다. 조사 당국은 “군사정보가 소련으로 넘어갔다는 증거는 없다”고 결론지었지만 문제는 처음 의회에서 “킬러와 부적절한 관계가 아니었다” 한 거짓말이었다. 그는 결국 “국민을 속여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미투의 정치권 강타로 지사에 이어 국회의원이 사퇴를 선언하는 등 정치인들의 권력형 섹스사냥이 드러나고 있다. 거짓말 하면 두 번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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