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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청년임대주택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서울 영등포구 청년임대주택 예정 부지 인근 아파트에는 ‘5평짜리 임대아파트 결사반대’라는 현수막이 걸렸고 승강기에도 임대주택 건립을 반대하는 홍보물이 나붙는데 청년임대주택을 ‘5평형 빈민아파트’라고 이름 짓고 반대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밝혔다.

일곱 가지 이유를 들고 있는데 △아파트 가격 폭락 △연약지반에 지하 6층 굴착 시 안전 문제 발생(균열·지반침하·건물 붕괴) △일조권, 조망권, 주변 환경훼손 △빈민 지역 슬럼화로 범죄 및 우범지역으로 이미지 손상 △아동, 청소년 문제, 불량 우범 지역화 우려 △보육권, 교육 취약지역화 문제 발생 등이다.

집 소유자를 자극할 수 있는 문제는 모두 나열한 듯하다. 이들 문제들이 발생하는 게 분명하다면 반대하지 않을 주민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건립을 반대하지 않으면 이상한 일이다. 이처럼 큰 문제를 야기하는 공사를 저지하기 위해 행동에 나선다면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집값이 폭락하고 건물이 붕괴하는데 가만있으면 안 되지 않겠는가.

부동산이 가계 자산의 80%를 차지한다는 대한민국에서 집값이 폭락한다는 것은 공포 자체다. 20~30% 정도는 내려야 폭락이라 볼 수 있다. 3억짜리 집을 가지고 있는데 6000만원 내지 9000만원이 내리는 정책을 정부나 지자체가 밀고 나간다면 아무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청년 주택 수백 채가 들어선다고 해서 과연 집값이 폭락할 것인가? 폭락 주장은 근거가 있는 것일까? 유감스럽게도 어떤 근거도 제시되지 않았다. 연약지반에 따른 건물의 균열 및 붕괴, 주변 환경훼손, 빈민 지역 슬럼화, 범죄 및 우범 지역화, 아동·청소년 문제, 보육권 문제, 교육 취약지역화 문제를 열거하고 있는데 이 역시 어떤 과학적 근거도 제시되지 않았다. 하나같이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말들이다. 물론 안전 문제나 일조권 등의 문제가 있다면 임대주택 건립 과정에서 서울시와 논의를 해야 한다.

이번 영등포구 임대아파트 건립 반대 논란은 가슴을 후벼 판다. 청년임대주택을 ‘빈민아파트’이기 때문에 결사반대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말에 십시일반이라는 좋은 말이 있다. 이 말이 왜 생겼겠나? 없이 사는 한 사람에 대한 열 사람의 책임을 일깨우고자 한 것이다. 공존을 거부하고 혼자만 잘살면 된다는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팽배한 세상이 되었다.

빈민도 사람이고 국민이다. 빈민도 살 권리가 있다. 빈자를 자신과 같은 사람으로 바라보고 함께 살아야 할 존재로 보는 것이라 배제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면에서 분노감이 치밀고 가슴을 미어지게 만든다.

지옥고로 불리는 지하방, 옥탑, 고시원은 집이 아니다. 사람이 살기 힘든 곳이다. 자긍심을 무너트린다. 오래 살수록 건강이 악화된다. 지하, 옥탑, 고시원에 거주하는 청년들이 많다. 이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고 서울시가 내어놓은 방안이 5평 청년임대주택이다. 1평 고시원에 비하면 다섯 배나 넓은 집이다. 고시원에 거주하는 청년들에겐 ‘꿈의 주택’일 수 있다. 슬프지만 현실이다.

“다섯 평밖에 안 되는 주택에 사람이 어떻게 사느냐”고 하면서 청년들의 거주 공간을 더 넓히라고 요구하고 “주거는 인권이다”고 외쳐야 마땅한 일인데 응원하는 말은커녕 ‘빈민 아파트’라고 딱지를 붙이고 근거 없는 이유를 갖다 대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안전한 청년 주거 대안을 가로막고 있으니 누가 공감을 하겠는가.

‘빈민아파트’라는 말을 지은 사람들은 빈민들에게 정중하게 사죄해야 한다. 청년들에게 용서를 빌어야 한다. 국가는 법을 바꾸어서 공공임대주택 건립을 방해하는 행위를 못하도록 막아야 할 책임이 있다. 적정량의 공공주택 확보는 국가의 의무이다.

집은 사는 곳이지 사고파는 상품이 아니다. 땅은 자연이 준 것이지 본인이 소유자로 되어 있다고 해서 본인 것이 아니다. 땅과 건물이 부동산이라는 이름으로 돈으로 인식된 사회는 불행한 사회다. 함께 외쳐야 할 때다. “집은 부동산이 아니다! 집은 인권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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