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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호 호서대교수·법학박사
남북정상회담이 끝났다. 양정상은 상식을 뛰어넘는 통 큰 해결방식으로 역사의 이정표를 세웠다고 강조하고 있다. 과연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는 올 것인가? 우리는 익히 학습한 바 있다. 바야흐로 봄인가 싶더니 다시 엄동으로 돌아간 적이 어디 한 두 번이었던가? 선언문에 도취하지 말라. "리바이어던"에서 토마스 홉스는 ‘평등에서 불신이 일어나며 불신에서 전쟁이 시작 된다’고 갈파했다. 곡우를 지나 입하를 앞둔 늦봄 춘기(春氣)가 천지를 진동하여 한반도에서 냉전이 해빙(解氷) 되기를 소망한다. 초여름으로 예정된 미북 정상회담도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기원한다. 하지만 우리는 시진핑, 문재인, 트럼프로 이어지는 이러한 연쇄 정상회담을 앞두고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고 하지 않던가! 김정은의 평화 제스처에 비용청구서가 숨어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곤란하다. 우리가 비핵화를 요구하면 그들도 뭔가를 원하는 건 당연지사다. 바로 돈 문제이다. 어느 언론도 이 부분은 지적하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 이행을 위해 소요될 돈 문제는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미북 정상회담의 경우는 어떤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리 선수를 쳤다. 자기는 북한에게 어떤 것도 주지 않았고 양보도 일절 없었다고 한다. 협상의 고수답다. 하지만 만만한 우리에게는 안보문제를 통상문제에 연결시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 하려는 지렛대로 삼고 있다. 김정은 정권이 유엔을 통한 미국의 강력한 경제제재에 못 이겨 회담장으로 나온 것은 국제정치에 특별한 식견이 없는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김정은은 몇 차례의 순차적 정상회담을 통해 정권유지에 필요한 달러를 얻으려 한다. 구체적 핵폐기 일정을 선언하지 않으면서 일단 핵을 포기하는 척 하면서 긴장을 완화시키고, 제재를 이완시켜 숨통을 누른 경제제재에서 벗어나 보려는 속셈이다. 지금까지 김대중, 노무현 전정부에서 남북회담의 대가로 천문학적인 액수의 자금을 북한에 지원해 정권의 목숨을 늘려 놓았다. 햇볕이라는 미명하에 이 돈들이 숨통 끊어진 독재정권을 살려주었다는 것은 경험칙이다.

우리는 평화와 통일을 돈으로 살 것인가를 냉정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지금까지 공개된 몇몇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통일에는 천문학적인 돈이 든다. 적게는 10년간 800조원(현대경제연구원)에서부터 20년간 3,440조원(통일연구원)이 소요된다는 보고서가 있다. 문재인 정부가 전임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남북정상회담 대가를 만천하에 공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권이 바뀐 후 자신들이 다시 적폐세력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정은은 이번 정상회담을 위해 이미 지난해 그들의 헌법에 핵보유국임을 못 박았다. 이제 이를 포기하는 대가로 경제적 지원을 요구할 것이다. 2007년 노무현 정부에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 합의사항 이행을 위해 필요한 재원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밝힌 바에 의하면 최대 116조원이 들 것으로 분석하였다. 당시는 핵보유국을 주장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제는 상황이 변했다. 김정은이 바보가 아닌 바에야 이제 핵포기의 대가로 수천조원을 요구했을 것으로 예측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화의 구매비용으로 얼마를 책정해 놓았는지 국민 앞에 소상히 밝혀주기 바란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핵폐기의 대가가 통일비용이 아니라 김정은 독재정권의 체제유지 비용이라면 남북정상회담은 실패한 회담이라고 역사는 평가할 것이다. 북한은 자신들이 정상회담을 통해서 대한민국에 돈을 요구해도 이상할 것이 없으며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 이미 단맛을 학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돈으로 평화를 살수는 없다. 평화는 총과 대포로 얻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평화의 구축’이요 ‘국제법의 출발점’이라고 평가받는 1648년 베스트팔렌 조약(Westfalischer Friede)이 체결된 이래 지구상에는 64개의 국가가 명멸을 거듭했다. 모두 전쟁으로 국가가 소멸되고 승전국이 패전국을 흡수하였다. 평화는 힘과 무기로 유지하는 것이지 회담으로, 말(言)로, 문서로 얻는 것이 아니다. 그 대상이 북한이고 김정은인 경우에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독일은 통일한지 28년이 지난 지금에도 동독에 천문학적인 액수의 경제적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김정은은 "북한은 교통이 안 좋다"고 실토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정상회담 대화비용으로 얼마만큼의 돈을 확보하였으며 또 얼마나 지불하려는지? 정상회담 비용이 천조(千兆)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다. 이 만큼의 지원액수라면 이번 정상회담은 헌법 제77조에 따라 국민투표를 거쳤어야 한다. 이러한 절차적 요건도 건너뛰고 청와대가 이런 중차대한 사건을 멋대로 결정하였으니 위헌적인 처사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다만, 백번 양보해서 대통령의 진의(眞意)를 이해한다 하더라도 평화의 구매 대가로 얼마가 지불되어야 하는지 소상히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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