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 민(民)과 함께 쓰는 단어들이 몇 있다. 위민(爲民), 여민(與民) 등이 그 예다. 위민과 여민은 비슷하지만 뜻이 사뭇 다르다. 위민의 ‘민’이 백성을 위한다는 통치의 대상으로서 ‘민’을 뜻한다면, 여민의 ‘민’은 백성과 더불어 한다는 정치의 주체이자 동반자라는 뜻을 담고 있다.

맹자는 대장부에 대해 “천하의 넓은 곳에 거하며, 천하의 바른 지위에 서며, 천하의 큰 도를 행하며, 뜻을 얻어 공직에 나아가면 백성과 더불어 말미암고(與民由之), 뜻을 얻지 못해도 홀로 그 도를 행하며, 부귀해도 음란하지 않으며, 빈천해도 뜻을 바꾸지 않으며, 위엄과 무력으로도 능히 굽힐 수 없는 사람이야말로 대장부라고 할 만하다” 했다.

여기서 여민유지(與民由之), 곧 ‘백성과 더불어 말미암는다’는 의미는 ‘뜻을 얻어 공직에 나아가면 백성과 함께 하며 옳은 길을 가도록 힘써야 한다’는 말이다. 오늘날에는 정치에 있어서 민의(民意)를 중시하고 ‘백성과 함께 하는’ 자세로 풀이된다. 맹자도 위민이 아닌 여민을 강조한 셈이다.

지난 20일 KTX 열차에서 한 중년 남성 승객이 “좌석에 문제가 있다”며 여성 승무원의 뒤를 따라다니며 폭언을 하는 것을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이 나서서 제압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여러 승객이 있는 객실에서 “나가서 얘기하라”는 김 장관에게 ‘진상승객’은 “당신이 뭔데? 당신이 공무원이라도 돼?”라고 대들었다. 김 장관은 “그래, 나 공무원이다”라고 응수했다고 한다. 진상승객은 말다툼 끝에 스스로 다른 칸으로 넘어가 사건(?)은 일단락됐다는 것.

이를 목격한 승객이 한 인터넷 카페에 ‘방금 유명인이랑 KTX 같은 칸 탄 썰(이야기)’이란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김 장관의 이야기가 알려졌다. 김 장관은 이날 개인 일정으로 대구를 방문한 뒤 동대구역에서 KTX를 탔다. 개인 일정이라 수행원 없이 기차를 탔던 것이다. 글을 올린 사람은 처음에 진상승객을 제압한 사람이 동사무소 아저씨 정도로 생각했는데 나중에 행정자치부 장관임을 알았다고 했다. 글의 마지막에는 “오늘부터 김 장관을 마음속에 저장하겠다”고 썼다.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의 약한 시민과 함께 해 준 ‘여민’ 행보가 대장부답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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