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의견대립에 김 위원장 만나 중재
정상 간 직접대회 촉구···실무협상 중요성 강조

좌초위기에 빠졌던 6·12 북미정상회담이 문재인 대통령의 적극적인 중재자 역활로 다시 활력을 찾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순조롭게 진행되던 북미정상회담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견대립으로 중단위기에 처하자 문 대통령이 다시금 중재자로 나서 예정대로 북미 정상이 대좌하게끔 불씨를 살려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한 데 이어 지난 26일 김 위원장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한 달 만에 남북정상회담을 했다.

문 대통령이 나흘간의 시차를 두고 북미 정상을 직접 만난 것은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의 명운을 가를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가 불안정해졌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전날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결과를 직접 설명하며 “판문점선언의 후속 이행과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준비 과정에서 약간의 어려운 사정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사정들을 불식하고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이뤄내는 것, 그리고 판문점선언의 신속한 이행을 함께 해나가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봤다”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회담을 제안한 25일 오후는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미국 비판 담화에 따른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선언으로 북미정상회담의 성사 여부를 장담할 수 없게 된 시점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회담 제의를 받은 문 대통령으로서는 북미정상회담 성사에 장애물이 되는 을미 정상 간 불신의 벽을 허물고 김 위원장의 확고한 비핵화 의지를 미국 측에 전달하려는 방안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을 어제 다시 한 번 분명하게 피력했다”고 전하며 “김 위원장은 비핵화 의지가 불분명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비핵화할 경우 미국이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체제안전을 보장할 것이라는 점을 신뢰할 수 있는지 걱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앞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할 경우 적대관계를 확실히 종식 시킬 뿐 아니라 경제적 번영까지 돕겠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를 분명히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가 회담에 합의하고 실무협상을 하기로 한 것은 미국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한 것 아닌가”라고 말해 북한의 비핵화와 그에 따른 미국의 후속 조처 이행이라는 큰 틀의 합의에는 이견이 없다는 점도 되짚었다.

문 대통령은 또, 북미 간 실무협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릴 것인지는 의제 협상을 포함한 실무협상이 얼마나 순탄하게 마쳐지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남북미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의 필요성과 원칙에 공감대를 이룬 상황에서 양측 실무진이 불필요한 기싸움으로 큰 판을 흐뜨러트리는 것을 경계하기 위한 포석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공식화한 24일 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들을 관저로 소집해 “북미 정상 간 보다 직접적이고 긴밀한 대화로 해결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거쳐서 종전선언까지 끌어내야 한다는 견해도 내놓았다.

외교가에서는 비핵화와 평화협정, 북미수교 등이 이뤄질 북핵 해결 프로세스의 종착역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에 필요한 동력을 남북미 3자 종전선언을 통해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완전한 비핵화’를 하고서도 체제안전 보장 여부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하는 북한에 3자 종전선언은 항구적 평화체제 정착이 이뤄질 때까지 한시적 안전보장 조치가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처럼 문 대통령이 북미 정상 간 직접대화를 촉구하며 실무협상의 중요성을 강조한 가운데 남북이 합의한 종전선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남북미 3국이 함께하는 종전선언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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