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창조도시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창조도시, 요코하마.


요코하마는 일본 제 2의 도시로, 연간 약 4천만명이 방문하는 관광명소이다. 인근 바다를 매립해 만든 미나토미라이 21, 아름다운 항구도시의 스카이라인과 랜드마크 타워, 녹지대로 이루어진 공원 등 볼거리가 많은 수변도시이다.


요코하마는 150년 전 첫 개항 후 일본 최대의 항구도시로 번영을 누렸다. 그러나, 세계2차대전 이후 도시의 절반 가까이가 파괴되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관동대지진, 대화재 등으로 도시는 위기를 겪는다. 1970년대부터는 항구가 이전되면서 요코하마 시 전체는 극심한 폐허의 상징처럼 되어버렸다.


이런 역사적 아픔을 겪고 폐허가 된 도시가 지금 어떻게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되었을까? 요코하마는 도시를 살리는 방법을 모색하면서, ‘요코하마 만의 정체성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발견했고, 그 길을 공공디자인에서 찾았다. 그리고 도시를 살리는 공공디자인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요코하마의 공공디자인의 이념은 안전하고 쾌적한 보행공간, 개방공간과 녹지, 시민 커뮤니케이션 공간의 확보로 수렴되었다. 또 도시의 기본 색채를 정할 때에도 주민의 선호도를 조사하는 등, 주민들이 공공디자인의 주체가 되도록 했다. 그 후 요코하마는 행정부처, 주민, 공공디자인 전문가가 삼위일체가 되어 도시를 살려나간다.


시가 정체성으로 내놓은 중요한 키워드는 ‘문화예술 창조도시’였고 창의력을 곧 도시의 경쟁력으로 실천하게 된다. 근현대 건물을 재생하여 창작공간으로 활용했는데 그 중 하나가 붉은 벽돌 건물로 유명한 ‘아카렌카 소고’이다. 과거 물류창고로 사용하다가 방치된 건물에는 대형 쇼핑 센터가 들어오고, 다양한 전시와 공연이 열리는 문화예술 공간이 마련되었다.


또한 교외 지역을 레지던시로 활용해 예술가들이 작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예술가들이 숲 속에서 작업하는 것을 지역 주민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외에도 학교로 찾아가는 예술 교육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고, 어린이를 위한 예술공간 확보 등이 이루어졌다.


아키모토 본부장은 요코하마의 공공디자인 정책을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의 관심 이동’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와 예술을 위한 시설을 확보하고 정책을 시행하는 것으로 시작해, 결국 예술과 창의성이라는 콘텐츠와 디자인이 요코하마의 경제활성화의 동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물리적인 공공시설의 재생을 넘어, 보다 큰 차원의 디자인 담론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요코하마 시는 ‘문화예술 창조도시’의 모델로 우뚝 서게된다.


또한 요코하마의 부흥은 지역의 고유한 특성과 문화를 활용하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요코하마는 개항 후 서양의 문화가 많이 유입되면서 근대 건축물이 많이 지어져 특유의 이국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었다. 요코하마 시는 아카렌카 소고를 비롯한 근대 건물들을 다시 업무지역, 문화 공간, 오픈 스페이스로 바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또한 스카이라인을 고려한 건축설계는 수변도시의 경관을 해치지 않고, 지역 특성을 살리고자 했던 세밀한 노력의 결과이다.


요코하마 시의 사례를 통해 진정한 창조성은 남의 것을 무작정 따라가는 것이 아닌, 지역의 고유한 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데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에게도 고유한 건축물, 미술, 음악, 음식 등 지키고 발전시킬 문화 콘텐츠들이 무궁무진하다.


옛것을 유지하면서 현대적으로 재탄생시키는 온고지신의 철학과, 주민들과 도시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갔던 열정을 요코하마로부터 배운다면, 우리도 국내의 창조도시를 꿈 꿔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창의력과 문화예술을 도시의 원동력으로 삼는, 획기적이고 과감한 공공디자인이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자체, 거주민, 전문가들의 지혜로운 협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 카드뉴스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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