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영국에 로버트 베이크라는 목축업자가 있었다. 그가 기르는 양들이 목초를 엄청나게 먹으면서도 살이 찌지 않고 경제성이 없어 고민이었다. “양으로 떼돈을 벌 방법이 없을까?” 궁리에 궁리를 거듭, 우수한 품종의 양을 동종교배시켜 최우수 양을 만들어 내는 생각을 했다. 돌연변이에 가까울 정도로 크고 살찐 어미 양을 골랐다. 어미 양과 교접시킬 양을 찾다가 어미 양과 빼닮은 새끼 양을 찾아냈다. 새끼 양을 어미 양과 교접시켜 이상적인 우량종을 만들어냈다.

목축업자는 유전형질을 보존시키기 위해 어미와 자식 형제 자매를 잇달아 교배시켰다. 이렇게 해서 태어난 양들을 ‘디쉴리 레스터’라고 명명했다. 이 소식을 들은 인구학자 맬서스는 난제 중의 난제인 인류의 식량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지 모른다며 경탄했다. 하지만 동종교배 과정이 되풀이되자 대재앙이 발생했다. ‘스대피피’라는 무서운 전염병이 발생, 양들이 떼죽음을 당했던 것이다. 유사 형질만의 동종교배에 의한 퇴화였다.

신라의 쇠망이 근친혼으로 인한 지배층의 퇴화 때문이었다는 학자가 많다. 성골 진골 등 골품제도를 근간으로 한 통치시스템의 지배층들이 골품제 유지를 위해 같은 골품끼리 혼인, 유전적으로 퇴화할 수 밖에 없었다. 미국이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강국이 된 것은 동종교배가 아닌 잡종교배 때문이라 한다. 미국은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이민자들의 ‘잡종강세’ 나라다.

유대인들도 잡종강세의 민족이다. 폴란드계 유대인, 독일계 유대인처럼 나라를 잃고 수천 년 간 세계를 떠돌면서 상당히 다른 형질의 민족과 얽히고 설켜 잡종강세 민족이 된 것이다.

국가나 기업뿐 아니라 조직도 이질적인 것을 수용하지 못하고 폐쇄되면 쇠퇴하기 마련이다. 다양한 요소들이 혼합될 때 시너지효과를 발휘한다. 한 사람의 지시 아래 일사불란한 조직은 시간이 갈수록 외부의 변화에 취약해지면서 창조적 아이디어는 고갈된다.

문재인 정부 1년 평가에서 많은 전문가와 국민은 경제는 낙제라고 평가한다. 최악의 국면에 빠져든 일자리 문제로 국민은 아우성이다. 동종교배식 코드인사가 몰고 온 경제 퇴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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