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솔거미술관 전경
경주 문화엑스포공원 언덕에 신라 때의 화가 ‘솔거’의 이름을 딴 ‘경주 솔거미술관’이 있다.

2015년 개관된 경주시 공립미술관인데, 신라 황룡사 금당에 노송을 그린 솔거를 추모하는 뜻으로 그 이름을 붙인 것이다. 여기에 수묵화 대가인 소산 박대성(朴大成) 화백의 그림, 필묵, 소품 등 830여 점이 기증돼 전시되고 있다. 주변 ‘아평지’ 연못과 엑스포 공원나무 숲 등 아름다운 자연 속에 묻혀, 마치 어느 절간에 온 것처럼 아늑하고 홀가분한 느낌을 주고 있다.

△황룡사 솔거 노송도 이야기

솔거는 통일신라시대 황룡사 금당 벽에 소나무를 그린 우리나라 최고의 화성으로 알려졌다. 가난한 농촌에 태어나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 호미나 숯검정으로 땅바닥이나 바위에 자기 혼자 그림을 익혔다고 전한다. 어느 날 꿈에 그의 그림 열성에 감탄한 단군님이 나타나, 신필(神筆)을 하사하며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좋은 그림을 그리라고 했다. 신라의 대 호국사찰인 황룡사가 준공되면서 그 금당 벽에 그림을 그릴 화가로 뽑혀, 소나무 그림을 그렸는데, 새들이 진짜 소나무인 줄 알고 앉으려다 떨어져 죽곤 했다는 일화가 전해온다.

이곳 소산(小山) 박대성 씨도 어릴 때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고, 그의 친지가 그림 솜씨가 탁월함을 알아채, 그림을 권장했다. 특히 솔거의 어린 시절과 노송도 얘기 등을 들려주며, 화가로서의 성장 과정에 용기와 희망을 품게 했다고 한다. 박 화백도 소나무를 좋아해 그의 작품에 소나무가 많고, 20여 년 전부터 남산 삼릉 근처에 기거하며 소나무 중심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어린 시절 화법독학이나 가정형편의 어려움, 소나무 사랑 등으로 볼 때 솔거와 닮아, 경주의 솔거로 애칭 하는 사람들도 있다.그의 소나무 그림을 보고 있으면, 솔거의 노송도가 이곳 미술관에 되살아난 것처럼 착각에 빠진다.

경주솔거미술관 전시 그림(제주 천제연폭포)
△솔거 미술관의 ‘솔거의 노래’ 그림 이야기

이 미술관에 ‘솔거의 노래’라고 하는 큰 소나무 그림이 있다. 박 화백이 솔거의 노송도를 연상하며 그린 작품이 아닐까 생각되는 대작이다. 평소 솔거를 노래 부르듯이 흠모하며 존경해온 그였기 때문이다. 이 그림은 그의 삼릉 화실에서 경주 남산의 소나무를 보고 그렸다고 한다. 솔 향내 가득한 굵은 소나무들 사이에 자연석이 서 있고, 연못에 고고한 학 2마리가 그려진 수묵화이다. 송(松)·학(鶴)·석(石 ) 장생 3물의 화폭에서 절개(節槪)와 기품(氣品)과 인내(忍耐) 등 인간 본연의 심성을 보는 듯했다.

며칠 전 박 화백의 수묵전(5월 5일∼9월 30일)인 ‘수묵에서 모더니즘을 찾았다-두 번째 이야기’를 보러 솔거미술관을 들렀다. 미술관에는 5개 전시관에 그림이 걸려있고, ‘경주삼릉비경’, ‘제주 천제연 폭포’ 등 화폭 규모 또한 무척 커 전시실 분위기에 압도당하고 만다. 그러나 그림들 속에 소나무, 폭포, 물, 불상, 탑, 달빛, 절간 등 고적한 선경들이 담겨있어, 산사에 온 것처럼 안온하고 평화롭다. 또한, 전시실 벽에 아예 큰 화폭만 한 유리창을 만들어 바깥 자연풍경을 한 폭의 그림으로 생생하게 구사해놓은 것도 매우 인상적이다. 엑스포공원 서편 주차장에 주차 후 이 곳 까지 걸어서 20여 분, 주변에 숲이 좋고 맑은 공기와 널찍한 공간이 있다, 그래서 미술관뿐 아니라 쉼터로, 또 힐링 공간으로, 시민·가족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마침 1세대 경주 토박이 화가로 유명한 ‘김준식’ 화백의 회고전(5월 20일∼6월 24일)도 함께 열리고 있다. 이 미술관이 신라문화예술의 맥을 잇는 경주문화예술의 명소로 자리 잡아 경주가 솔거 탄생 원초 예향으로 더욱 발전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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