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 앞에서 총 세차례 악수···긴장 지우고 친근함 드러내
트럼프 "훌륭한 관계 맺을 것" 말하자 김정은 활짝 웃어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북한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미국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공동합의문을 교환하고 있다. 연합
‘세기의 만남’이 마침내 성사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현지시간) 중립국인 싱가포르의 휴양지 센토사 섬의 카펠라 호텔에서 처음으로 대좌하고 역사적인 악수를 했다.

회담장 입구 레드카펫으로 양쪽에서 만면에 미소를 띤 채 서서히 걸어 나온 두 정상은 12초간 악수했다. 손을 꽉 잡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 보여준 거친 악수는 아니었다.

손을 잡고 흔드는 내내 두 정상은 가벼운 담소를 주고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른손으로 김 위원장의 손을 잡은 채 왼손으로는 그의 어깨를 툭툭 가볍게 치는 친근한 제스처를 취해 보였다.

이어 두 정상의 기념촬영이 이어졌다. 뒤편에 성조기 6개와 인공기 6개를 번갈아 배치하는 방식으로 양국의 국기 12개가 세워져 있었다. 촬영을 마친 두 정상은 통역을 뒤로하고 단독 회담장으로 향했다.

회담장 앞에서 잠시 대기하던 두 정상은 다시 손을 마주 잡고 웃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이번 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인 일대일 담판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이어진 모두 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회담이 엄청나게 성공할 것”이라며 “좋은 대화가 있을 것이다. 북한과 매우 훌륭한 관계를 맺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트럼프의 ‘덕담’을 들은 김 위원장은 활짝 웃은 뒤 “여기까지 오는 길이 그리 쉬운 길이 아니었다”며 “우리한테는 우리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 그랬던 관행들이 때로는 우리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는데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 말이 맞다”고 화답한 뒤 활짝 웃으며 김 위원장에게 다시 손을 내밀었다. 3번째 악수였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향해 ‘엄지 척’을 해 보이며 크게 웃었다.

통역 외에 배석자 없이 이뤄진 일대일 단독 정상회담은 오전 9시 16분(현지시간, 한국시간 오전 10시 16분)께부터 9시 52분까지 약 38분간 진행됐다. 북미 양측 풀 기자단이 7:7대로 동수로 배정된 것도 양측을 동등하게 보이기 위한 ‘치밀한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됐다고 현장 취재단에 참여한 한 기자는 전했다.

양 정상은 단독정상회담 종료 후 2층 옥외 통로를 따라 확대정상회담 쪽으로 함께 걸어갔다. 도중에 발코니 앞에 서서 담소를 나누며 손을 흔드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취재진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옥외 통로를 걸으며 대화를 나누다 여러 차례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독정상회담이 어땠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매우 매우 좋았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비핵화에 대한 질문에 웃음만 띤 채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풀 기자단이 전했다.

“김 위원장님(Chairman Kim), 비핵화하실 겁니까”는 두 차례의 거듭된 질문에 이어 “김 선생님(Mr. Kim) 핵무기 포기할 겁니까”는 질문이 또다시 터져 나오는 등 모두 세 번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김 위원장은 일절 답하지 않은 채 걸어갔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확대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는 와중에 “많은 세상 사람들은 이것(이번 회담)을 일종의 판타지나 공상과학영화로 생각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양 정상은 곧이어 배석자들이 함께하는 확대정상회담에 돌입, 1시간 40분간 진행한 뒤 오전 11시 34분께 회담을 종료했다.

확대정상회담에는 미국 측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존 켈리 비서실장이, 북한 측에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리수용 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 리용호 외무상이 배석했다.

업무 오찬에는 기존 확대정상회담 배석자들에 더해 미국 측에서는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의제 실무회담 미국측 대표였던 성 김 주필리핀 미국 대사, 매슈 포틴저 NSC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이 추가로 합류했다.

북한 측에서는 노광철 인민무력상, 최선희 외무성 부상,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1부부장, 한광상 당 중앙위원회 부장이 추가로 오찬 참석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업무오찬은 양식과 한식이 어우러진 메뉴로 짜여 북미 간 화해와 교류라는 의미가 담겼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관심을 모았던 ‘햄버거 대좌’는 불발됐다.

이날 두 정상의 만남은 한국전쟁 정전 후 70년 가까운 적대관계를 이어온 양국의 현직 정상이 최초로 만나 북미의 적대관계를 끝내고 한반도의 데탕트를 열 수 있는 세계사적 사건을 연출한 것으로 평가된다.

1972년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과 마오쩌둥(毛澤東) 중국 주석의 미·중 정상회담, 1980년대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미·소 정상회담에 비견되는 역사적 장면인 셈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1분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을 출발해 12분 만에 회담장에 도착했다.

서방 외교무대에 처음 등장한 김 위원장을 태운 리무진 차량도 이보다 11분 뒤인 오전 8시 12분에 무장한 경호 차량 20여 대의 호위를 받으며 하룻밤 머문 세인트 리지스 호텔을 출발, 8시 30분에 회담장에 도착했다.

긴장된 표정의 김 위원장은 회담 6분 전인 8시 53분 리무진 차량에서 내렸다. 검은색 인민복 차림의 그는 왼쪽 겨드랑이에 서류가방을 끼고, 오른손으로는 뿔테 안경을 든 채로 회담장으로 입장했다.

이어 역시 긴장된 표정으로 빨간 넥타이를 맨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1분 전인 8시 59분 도착했다.

최초로 마주앉은 두 정상이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북미 관계 정상화 등을 놓고 합의에 이르러 공동선언문을 채택할 수 있을지 지구촌의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회담 직전까지 실무 대표단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보장(CVIG)’의 교환을 놓고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7시(한국시간 오후 8시)에 귀국 비행기에 오른다고 백악관이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이보다 다소 이른 오후에 싱가포르를 떠날 것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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