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의 백미는 이변이다. 60억 축제 월드컵에 지구촌이 열광하는 것도 이변이란 변화무상한 드라마가 속출하기 때문이다. 생물계가 이변이란 돌연변이에 의해 진화하듯이 축구도 이변이 거듭되면서 발전해 왔다.

1950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시작된 이변과 파란은 그 뒤 매 대회 때 마다 이어졌다. 동네축구 수준의 미국이 축구 종가 잉글랜드를 격파, 세계를 놀라게 했던 것이다. 통신기술이 낙후됐던 당시 영국 신문은 게임 결과가 잘못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잉글랜드가 1대0으로 이겼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뉴욕타임스도 미국이 영국에 0대1로 졌다고 오보를 냈다.

1954년 스웨덴대회에선 당시 최강이던 헝가리가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한국을 9대0으로 대파, 브라질과 우루과이를 각각 4대2로 제압한 헝가리는 결승전에서 서독과 맞붙었다. 게임 시작 8분 만에 잇따라 두 골을 넣어 우승이 거의 확정적이었다. 바로 그 때 갑자기 억수 같은 비가 쏟아져 전세는 역전돼 서독에 3대2로 역전패했다.

1966년 처녀 출전한 북한이 월드컵을 두 번이나 거머쥔 이탈리아를 무너뜨려 월드컵 사상 가장 충격적인 이변을 일으켰다. 모두가 난공불락의 빗장수비 이탈리아의 승리를 점쳤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도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한국이 아주리군단 이탈리아를 누르고 8강에 진출, 대 이변을 일으켰다. 영국 BBC방송은 “월드컵 최대 이변”이라고 방송했다. 개막전에서는 FIFA 랭킹 1위 프랑스가 42위인 세네갈에 무릎을 꿇고 16강 탈락도 대이변이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선 전 대회 우승팀인 이탈리아와 준우승팀인 프랑스가 16강에 탈락, 세계 축구팬들을 까무러치게 했다. 전 대회 우승, 준우승 팀의 동시 탈락은 월드컵 사상 최초의 이변이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서도 ‘티키타카 축구’로 전 대회에서 우승한 스페인이 네덜란드에 1대5로 내려앉아 16강서 탈락, 무적함대 체면이 묵사발됐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서 ‘죽음의 조’ 독일, 멕시코, 스웨덴 등 최 강호들과 16강 진출을 놓고 격돌하는 한국팀에게 2002년 ‘4강 이변’이 또 한번 재현되기를 기원한다. 스웨덴과의 1차전 승전보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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