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규 전 대구은행장 변호인, 다른 임직원은 범죄 사실 인정

대구은행 채용비리와 30억 원대 비자금 조성·횡령 혐의를 받는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대구법원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경북일보 DB.
“대부분 회사를 위해 썼습니다. 상품권 환전 때 받은 1~3%의 덤은 횡령금액에서 빼야 합니다.”

비자금 횡령과 채용비리 등의 혐의(업무방해, 증거인멸교사, 업무상 횡령 및 배임 등)로 구속 기소된 박인규(64) 전 대구은행장의 변호인은 14일 이렇게 주장했다. 대구지법 제11형사부(손현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다.

박 전 행장은 속칭 상품권 깡 수법을 이용해 3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뒤 8700만 원 상당을 개인 경조사비 등으로 쓰고, 상품권 환전 수수료로 9200만 원을 지급하면서 회사에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법인카드로 고급양복을 사는 등 2110만 원 상당을 개인용도로 쓴 혐의도 받고 있다. 채용비리와 관련해서도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점수조작, 자격모용 등의 방법으로 24명을 부정 채용한 혐의와 직원에게 인사부 컴퓨터 교체와 채용서류 폐기 등을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홍기태 변호사는 “상품권 깡 과정에서 환전수수료를 지급한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상품권 구매 때 1~3%씩 덤으로 더 받은 점을 고려하면 대구은행에 손실을 끼친 금액은 8700만 원이 아닌 3700만 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에 대해서도 “대부분 개인용도가 아닌 은행업무용도로 사용했기 때문에 횡령한 돈은 2110만 원이 아니라 517만 원이 된다”고 설명했다.

채용비리와 관련해서는 “시간이 많이 지난 데다 세세히 관여하지 않아서 피고인이 모르거나 기억을 못 하는 부분이 있어서 공소사실을 인정할지는 다음 공판준비기일에 답변하겠다”고 했다.

박 전 행장을 제외한 나머지 부행장 등 임원들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대체로 인정하고, “박 전 은행장의 부당한 지시 때문에 범행에 가담했다”고 주장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손현찬 부장판사는 “자료가 방대하고, 상당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박 전 은행장은 28일 오전 10시 30분 한 차례 공판준비기일을 거칠 예정이며, 박 전 은행장 등 피고인 14명이 모두 법정에 서는 첫 공판기일은 다음 달 10일 오후 2시로 잡혔다.

대구지검은 지난달 18일 박 전 은행장과 전 인사부장 A씨 등 2명을 구속기소 하고, 전 경영본부장 등 1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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