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 속의 혀
무겁고 침묵하는 혀.

나를 건드리지 말라 ―
쇠 옆구리를 찌르는
내 몸짓으로
침묵을
부수게 만들지 말라.

종이 흔들리기 시작할
그때에야
나 또한 치고
흔들고 다시 칠 것이다.

깊은 쇳덩이를





(감상) 노르웨이 시인은 종의 추가 혀이므로 먼저 밖이 흔들려야 혀가 반응한다는 과학적 진실을 담고 있다. 소음이 가득한 세상에서 종은 진실을 담은 감동의 소리를 전하고 싶을 게다. 우리네 범종(梵鐘)도 밖에서 당목(撞木)이 당좌(撞座)를 칠 때, 혀가 반응하여 맥놀이 현상을 일으키고 바닥의 울림통을 거쳐 소리가 멀리 퍼져 나간다. 어떤 시인이 “아가리(鐘口) 아래 또 우묵하게 아가리가 파인” 울림통 사이에 “혀가 없구나.”라고 표현한 것은 종의 혀를 발견하지 못한 탓일 게다. 범종의 입 속으로 손을 넣어보면 혀가 오목하게 만져진다. 짧은 혀가 침묵을 안고 있기에 여음(餘音)이 서양의 종보다 더 오래 간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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