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제2본점 전경.

경산시 간부 공무원 자녀의 대구은행 부정채용 사건에 연루된 김경룡(58) 대구은행장 내정자에 대한 입건 여부가 이번 주에 결정된다.

최태원 대구지검 2차장검사는 18일 기자단 브리핑에서 “대구은행의 사정을 고려해 최대한 수사를 서두르고 있으며, 이번 주 안에 김경룡 내정자에 대해 피의자로 입건할 지를 마무리 짓겠다”고 설명했다. 부정한 방법으로 대구은행 7급으로 합격한 경산시 간부 공무원의 아들은 본점 영업부 6급으로 승진해 근무해왔으며, 지난주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지검 특수부는 이날 박인규(64·구속) 전 대구은행장을 소환해 해당 사건에 대해 막바지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산시 간부 공무원이 제 3자 뇌물수수 또는 뇌물수수로 기소될 경우 박 전 행장에게는 뇌물공여 혐의가 추가될 전망이다.

검찰은 대구은행이 24명을 부정채용 했지만,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청탁자 리스트를 통해 수사한 결과 경산시 간부 공무원 외에는 범죄 혐의를 입증하기가 어렵다는 의견도 내놨다.

대검찰청이 발표한 수사결과에 따르면, 대구지검은 박 전 행장과 전 인사부장 등 2명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당시 영업지원본부장 등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금융감독원이 수사를 의뢰한 6개 시중은행 중 대구은행장이 유일하게 구속 기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박 전 행장 등은 2014년 상반기 7급 신입행원 채용과 관련해 우수 거래처, 사회 유력인사, 부행장 등의 채용 청탁상자 7명의 필기전형 점수와 면접 점수를 조작해 합격시켰고, 2015년 상반기 7급 신입행원 채용 때도 청탁대상자 3명의 서류전형, 필기전형, 면접 점수를 바꿔 합격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박 행장 운전기사 자녀도 점수조작을 통해 2016년 상반기 7급 신입행원으로 합격했다.

특히 2016년 상반기 영업지원직 채용에서 청탁 대상자 1명이 보훈대상자에 해당하는 것처럼 가짜 보훈 번호를 부여해 합격시킨 사례도 적발됐다. 보훈특채 전형은 보훈자격을 갖춰야만 지원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고, 2년 근무 후에는 정규직 전환이 가능해 불법채용의 통로로 활용된 것이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박 전 행장은 또 영업지원직 수요가 없는데도 대학 동문, 고교 친구, 우수 거래처 등 청탁자 3명을 영업지원직으로 채용하도록 인사부장에게 위력을 행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밖에도 박 전 행장과 전 인사부장 등은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의 채용비리에 관한 감사와 수사기관의 수사를 회피할 목적으로 컴퓨터 교체와 채용관련 서류 폐기 등 증거인멸을 교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최태원 2차장검사는 “개인의 능력보다는 사회적 연줄 등으로 취업하는 잘못된 관행을 이번 수사를 통해 일부 정리한 것을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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